티볼부 감독이 되다 (8)
티볼부 감독이 되다 (7)
개학을 맞이하고 일주일. 대회까지 3주 정도가 남은 상황에 우리 티볼부는 또 한 번 큰 시련에 봉착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모든 시간들이 중요하지만, 보통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모든 팀은 더 타이트하게 준비를 하곤 하는데, 이 연습에 가장 필요한 우리의 운동장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유인즉슨 학교마다 반기별로 운동장을 개선할 수 있는 예산을 신청할 수 있는데, 우리 학교는 이번 여름에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확정되어 이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나는 부랴부랴 주변에 연습을 할 만한 곳이 있는지를 수소문을 했지만 급하게 찾은 만큼 성과는 없었다. 인근 초등학교는 이미 3월부터 학교 공사와 운동장 공사를 병행하여 출입할 수가 없었고, 그나마 가까웠던 다른 중학교에서는 오후까지 해당학교 육상부가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용을 거절당했다.
이런 사정을 체육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현재 배드민턴부가 얼마 뒤에 있을 대회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티볼부 아이들이 강당을 함께 써도 좋다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나는 정말 쉽지 않은 배려에 감사드리며 티볼부 아이들에게는 배드민턴부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조심해서 연습에 임하자고 거듭 당부했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이 지났을까? 형설지공(螢雪之功)의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인 태도로 연습에 임하고자 했는데 강당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든 학생들이 운동장을 못쓰니 축구나 배구, 농구 등을 좋아하는 모든 학생들이 강당에 한데 모이게 되었고, 발 디딜 틈도 없이 제각각의 공들이 날아다녔다. 표현을 하자면 공기반 사람반이라는 느낌이랄까?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티볼을 연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큰 사고가 있기 전에는 항상 전조 증상이 여러 번 발생한다고 했던가? 그나마 비좁게 사용하던 강당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쇄가 되고 말았다. 앞서 말했듯 수많은 아이들이 점심시간이 되면 저마다 공을 차고 던지면서 벽이며 창문 펜스 등을 훼손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탱탱볼을 가져온 한 아이가 천장 높이 공을 던지다가 그만 조명을 고장 내 버리고 만 것이다. 그 조명은 공연이나 행사 때 쓰는 네 개의 세트로 된 커다란 조명으로, 조명의 가격은 물론이고 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설비들까지 교체를 해야 하기에 결코 망가트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조명이 고장 났다는 사실은 즉시 체육 선생님과 학생부 선생님, 그리고 시설을 담당하는 행정실에 전달되었고, 각 선생님들의 고심 끝에 체육 수업이 있을 때가 아니라면 강당을 폐쇄하자고 결론이 났다. 지나친 장난 때문에 강당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티볼부 아이들은 분노했지만 별 다른 방법은 없었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상황이 제한적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공을 던지는 티볼부 또한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들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우선은 점심시간이나 학교를 마치고 도서실에 모여 대회 영상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고, 배트 없이 빈 손을 이용하여 스윙 연습을 하거나 쉬운 웨이트 운동을 병행했다. 그 외에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인근 공원에 야구장을 대여하기도 했지만 침수로 인해 외야에 풀이 무성히 자란 야구장이었던 데다가 연습 효과도 일시적일 뿐이어서 더 나은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우리가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에도 대회는 우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