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종종 가정으로 전화를 건다. 대개는 자녀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가정통신문에 실리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함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끔 학생이 일으킨 문제와 관련하여 진지한 어투로 전화를 걸 때가 있는데, 이 사례가 바로 오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어떤 학생이 학교 내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에는 해당 학생의 진로나 학업에 지장을 덜 주기 위해서 교내에서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처음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가벼운 경고로 시작을 하고 이후 문제가 계속되는 경우 담임 선생님의 집중 지도, 벌점 부여, 학생부 인지 및 징계 위원회 개최, 교장, 교감 선생님 면담 등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제시한 지침에 따라서 이를 수행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을 모두 동원했음에도 해당 학생의 행동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학교에서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학부모에 대한 전화이다.
보통 학생에 대한 문제로 전화를 걸 때는 학부모가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모든 학부모가 그러하듯, 자신의 자녀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하면 되려 화를 내거나 학교에 책임을 따져 묻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최대한 점잖은 언어로 해당 학생이 일으켰던 문제 행동과 학교에서의 대처, 그리고 이 전화를 걸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학부모에게 설명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상황에 대한 심각성이 점차 감소되곤 한다.
이렇게 학교에서 상황 전달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의 학부모는 수긍을 하며 학교에 우선적으로 사과를 한다. 하지만 종종 "학생 때는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라거나 "알아서 할게요."라는 식으로 학생의 문제를 쉬쉬하는 학부모도 나타나는데, 이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아이의 문제가 개선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 이유는 학부모의 자세에서 나타나듯, 가정에서 조차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아이에게 인지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 없이 이전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학생은 머지않은 시일 내에 똑같은 사고를 치거나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이때 징계를 위해 다시 한번 학부모에게 전화(혹은 학교 방문 요청)를 하면 해당 학부모의 대답은 대개 한결같다. "왜 우리 애만 징계를 받아야 하느냐?", "다른 학생은 잘못이 없느냐?", "왜 그때 학교에서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느냐?"라는 식이다.
학교에서는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했고, 언제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는지까지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해당 학부모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분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차근차근 다시 설명을 한다.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교직원에 대한 위협을 가하는 경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별도의 조치를 하여 문제를 최종 해결한다.
결론적으로 이 글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학교에서 자녀에 대한 주제로 전화가 오면 쉽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그 전화가 학교 입장에서는 최후통첩의 의미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 자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싹이 텄을 때 바로잡지 않으면 평생을 기울어진 채로 자라는 나무처럼, 사람도 바르게 자랄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기울어진 채로 성장하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