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권
예정되어 있던 매화 축제의 기간이 2주일 정도가 지난 시기. 당시의 나는, 코로나-19의 여파 인해서 무력감과 지루함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근교에 광양이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인파도 그리 몰리지 않고 조용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무료함을 씻어내고자 곧장 광양을 향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광양에는 기차역이 있긴 했지만, 섬진강변에 있는 매화마을은 오히려 하동역과 거리가 더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가까운 하동역에서 하차를 했고, 매화마을을 향해 한 시간 반 정도를 걸어갔다.
시골의 향수가 느껴지는 도심을 빠져나오니, 내 옆으로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학창 시절 지리 공부를 할 때에 배우기는 했지만, 이 잔잔한 강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했고, 그 위를 내가 걸어서 횡단을 하고 있다는 점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새벽 기차를 탔던 탓에) 이른 아침에 도착한 된 매실 마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마을 곳곳에는 매실과 관련된 상품을 파는 상인분들과 먹거리를 파는 상인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마을에는 또 다른 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이후 산책로에 첫 발을 내디딘 나는, 마을을 거의 통째로 빌린 것 같은 느낌으로 주변 풍경을 만끽했다.
산책로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서 굽이굽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이동하기 쉽게 잘 포장되어 있었던 점이 참 인상 깊었다. 그리고 시기가 조금 지났던 탓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드문드문 피어나 나를 반겨 주었던 꽃들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