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이 쌩쌩 지나는 넓은 횡단보도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딱히 돌아서 갈 수 있는 다른 길도 없거니와 지금은 신호등이 붉게 빛나고 있지만 저 붉음이 언젠가는 반드시 푸른색으로 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성대던 찰나에 문득, 사람을 향한 마음도 이렇게 결과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다면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든지 간에 행복하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들이 끝에 다다르면 모두 '의미가 있었다'는 말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