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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an 17. 2021

사소한 것들을 기록하는 이유

[에세이]

 어느 날 겪었던 특별한 경험, 혹은 우연히 보았던 독특한 물건들처럼 특별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나는 일상에 널려있는 사소한 것들을 많이 찾아내고 기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출근길에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수들부터 길을 걸을 때 마주치는 잡초나 들꽃들까지 사실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이런 사소한 것들을 기록하는 이유는 우리 역시나 이들처럼 굉장히 사소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바 하루를 보낸다. 자신의 하루에 스쳐 지나간 것들이 무엇인지, 또 무엇이 태어나고 무엇이 사라졌는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습관은 사람이 풍경을 볼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마주할 때도 똑같이 나타난다. 우리가 인도를 걸을 때 길가에 서있는 나무가 어떤 품종이고 또 언제 꽃이 피는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사람도 딱히 자신과 관련이 없거나 친하지 않으면 이름이 무엇이고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사람이 은근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면서 살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 편으론 굉장히 무관심하고 때로는 차갑기까지 한 모습을 보면서, 의식하면서 살아가지 않으면 개개인에게 있어 타인은 정말 사소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먼 들판에 핀 어느 꽃 한 송이도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람도 시선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한 명 한 명이 저마다의 소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 사소함에 깃든 특별함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와 닮아있는 사소한 존재들의 이름을 불러보기 위해 매일 사소함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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