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낚시의 이중성에 대하여

by 그리다

1년 전쯤, 친구들을 통해 낚시하는 방법을 처음 배웠다. 흔히들 낚시하면 강태공의 유유자적한 삶을 떠올린다거나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계곡 같은 데서 배를 띄워 나와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전까지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낚시를 배워보니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보통 낚시라고 하면 적당한 낚싯대를 사서 줄을 연결하고 낚싯바늘에 미끼를 달아 던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았다. 우선 준비과정을 설명하자면 줄을 당기고 푸는 '릴'을 알맞게 고정시키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 줄을 바느질하듯 가이드(낚싯대에 달린 실이 통과하는 작은 링)의 순서에 따라 하나씩 통과를 시켜주고, 줄 끝에 클립처럼 생긴 것을 매달아 낚싯대를 펴주었다. 여기까지는 5~10분 정도면 끝날 수 있으나 준비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클립이 달린 끝부분에 잡을 어종에 따라서 사용하는 액세서리(찌, 바늘, 추 등등)들을 부착하게 되는데, 추는 무게별로 다 다르고, 낚시찌는 크기나 가라앉는 정도에 따라 또 다르고, 바늘은 어찌 그리 옷에 자주 걸리는 것인지 이 모든 것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후 바늘 끝에 사용할 갯지렁이(꽤 무섭게 생겼음)를 매달아 던지게 되는데, 던지는 과정도 몇 번의 숙련이 필요했다. 회초리를 쓰듯 앞으로 휙~ 하고 던지면 바늘이 날아갈 것 같았는데, 릴이 고정이 되어서 자동으로 줄이 플리지 않는 터라 바늘이 날아갈 수 있게 조정하는 방법을 또 배워야 했다. 이렇게 어렵게 던지는 과정까지 완료를 하면 끝인 것인가? 그건 또 아니었다. 옆 사람과 줄이 엉키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하고, 밑밥도 수시로 던져야 하며, 미끼가 사라지지 않았는지 틈틈이 끌어올리고 다시 던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또 신기한 것은 추의 무게 때문에 바늘이 밑으로 가라앉는데, '밑걸림'이라고 하여 바늘이 바닥에 있는 돌이나 암초에 걸리면 빼내는 과정이 여의치가 않다. (나는 이 '밑걸림'이 너무 심해서 처음 몇 번은 바늘과 추를 많이 날려먹었다.) 그렇게 위의 과정들(밑밥, 미끼, 부서진 바늘 수선 등)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모두가 생각한 낚시의 유유자적함과 바다의 낭만은 모두 사라지고 낚싯대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고생을 하는데, 물고기는 잘 잡히는 것일까? 물고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낚시를 해본 사람은 이 느낌을 알겠지만 바다에는 은근 물고기가 없는 것 같다. 친구들과 몇 번 낚시를 하러 갔지만 낚시를 했던 6시간 동안 평균 1마리의 물고기를 잡을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잘 잡히면 보람이라도 있는데, 파도에 젖고, 바닷바람에 옷은 날리면서도 결과가 없으니 낚싯대를 접고 나면 '멍~'해지면서 난 뭘 한 거지 싶은 생각도 든다. 나는 다행히 낚시를 할 때 '무엇을 꼭 잡는다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 '그냥 낚시를 한다'라는 원초적인 것에 목적을 두어서 미끼 없이 낚싯대만 드리우고 있어도 마냥 행복한데, 친구들은 '무조건 잡는다'라는 생각으로 낚시를 해서 그런지 바다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한다.


낚시가 끝나고 나면 그 자리에 대한 아쉬움은 밥심으로 해결한다. 해가 지고 난 후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누군가는 한 잔의 술로, 또 누군가는 모닥불 앞에서 짓는 미소로 모든 힘든 마음을 털어낸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이 고즈넉한 시간이 너무 좋다. 누군가 내게 낚시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다면 아마도 이 시간 때문에 낚시를 가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낚시에 관하여서는 더 디테일한 과정과 어려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고들이 즐비하지만 더 적지 않기로 한다. 그저 누군가 이 글을 보면서 느껴주었으면 하는 내용은 낚싯대를 한 번 던지기까지 최소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물고기는 생각보다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낚시는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낭만을 위해서 낚시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낚시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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