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을 때

[에세이]

by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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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보통 다른 글에 비해서 짧고 간결해서 읽기가 쉽지만 사실 타 부류의 글보다는 자주 찾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생소함과 글의 어려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과서나 추천도서에서 시의 목록이 자주 보이기는 하지만 시인 한 사람의 역량을 모두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고, 문제풀이를 할 때 배우는 시 구절의 해석 때문에 전문성을 요하는 것 같아 다가가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시는 어떻게 친해져야 하고, 또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정해진 답은 없지만 나는 시집을 산 후 하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다섯 가지의 방법을 통해서 읽어나간다.


첫 번째는 사진을 찍듯 글 자체로써 빠르게 한 번 읽어본다. 시는 문장과 문단의 길이에 따라 세모처럼 보이거나 마름모꼴로 보이는 등 전체적으로 여러 모양을 띤다. 일부러 이런 형태를 신경 쓰는 사람은 잘 없겠지만 나는 전체적인 모양이나 길이에도 신경을 쓰는 터라 예쁜 형태의 시가 보이면 왠지 이런 디테일을 지킨 시인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두 번째는 시 속의 장소를 상상하며 읽는다. 산이나 바다와 같은 풍경. 하늘이나 풍경을 보고 있는 시선 등 시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풍경을 상상한다. 빠르게 읽어나갈 때는 사실 잘 느낄 수 없지만 천천히 시 속의 장소를 음미하다 보면 시에서 불어 나온 속삭임이 머릿속을 스쳐갈 때가 있다. 그러면 시 속의 화자와 같은 곳에 서있는 느낌을 받아서 시가 더 가깝게 다가온다.


세 번째는 운율을 느끼기 위해 소리 내어 읽는다. 눈으로만 읽으면 글자 하나하나가 가진 리듬감을 잘 모른 채 지나갈 때가 있다. 그래서 약간은 여유롭게 바람이 부는 한적한 동산에서 시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소리를 읽는다. 행과 행 사이에 잠깐 드나드는 쉼표. 그리고 설렘. 그것은 내가 가진 숨을 밖으로 뱉어내면서 읽었을 때만 느껴지는 쾌감이다.


네 번째는 화자의 마음을 깨달으며 읽는다. 시 속에서는 무언가를 그리워할 수도 있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는 외적인 것을 빌려 내면의 무언가를 표현하는 예술이기에 그 너머를 읽는다. 아주 천천히 읽어 나가다 보면 이걸 쓴 이유가 무엇인지, 그 마음은 어땠는지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서 이 과정에서의 쾌감을 느껴진다면 왠지 모를 아련함도 함께 따라온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내 것이 되어 읽는다는 것이다. 이전 과정을 통해서 시에 동화가 되었다면 이 글을 내가 썼다고 생각하고 내 삶에 빗대어 읽어보는 것이다. 정말 짧은 글이지만 이 안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깊게 들이마시면 마실수록 그 마음이 진해진다. 그리고 그 향기가 내게 옮아서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몇 가지를 나열하긴 했지만 앞서 말한 바 대로 사실 시를 읽는 것은 특정한 방법이라는 것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편한 대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 아마 나도 글을 쓸 때 그렇지만 시인은 그 누구라도 자신의 글을 편하게 읽어주길 바랄 것이다. 시라는 것이 딱딱한 사탕과 같이 깨물어 먹을 수 없는 글이긴 해도, 나는 이런 시를 너무 고급스럽게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시를 읽었을 때의 느낌, 보이는 대로의 정보, 그리고 읽은 후의 나의 생각. 이런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시를 즐기고 시와 친해질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시가 지닌 가치가 더 크게 살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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