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햇살을 느끼러 오던 자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처음 파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잠을 자고 구름은 침묵하는
평온한 풍경 속에서
오로지 파도만이 분노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이 자리에 서 있었음에도
나는 왜 이제서야
저 소리를 듣게 된 것일까.
평소에는 너무 익숙한 마음에
귀 기울여 듣지 않다가
저 깊고 잔잔한 것의 가슴속에
분노와 서운함이 가득 채워지고 나서야
뒤늦게 고개를 돌리게 된 것일까.
무릇 조용한 것들이
이처럼 소리를 낼 때는
알아주지 못한 설움이
그 안에 가득하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