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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Apr 12. 2021

파도소리


매일 햇살을 느끼러 오던 자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처음 파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잠을 자고 구름은 침묵하는

평온한 풍경 속에서

오로지 파도만이 분노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이 자리에 서 있었음에도

나는 왜 이제서야

저 소리를 듣게 된 것일까.


평소에는 너무 익숙한 마음에

귀 기울여 듣지 않다가


저 깊고 잔잔한 것의 가슴속에

분노와 서운함이 가득 채워지고 나서야

뒤늦게 고개를 돌리게 된 것일까.


무릇 조용한 것들이

이처럼 소리를 낼 때는

알아주지 못한 설움이

그 안에 가득하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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