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은 지루했다.
매일 바닥으로 향해가는
보편적인 나날들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듯이.
한 밤은 슬펐다.
하늘에 뜬구름은
천천히라도 저렇게 떠가는데
나는 이렇게 제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한 밤은 힘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알 수 없는 불안들이
나의 귀를 잡아당겼기에.
한 밤은 버텨야 했다.
무언가 찰나의 순간이라도
붙잡은 손을 놓아버리면
그 순간 나의 모든 것을
어디론가 던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렇게 숱한 날들을 견디니
유리창은 새파래지고
새벽의 차가움마저 견디니
마침내 공허한 아침이 왔다.
이제 나는 괜찮다
아니 이제는 괜찮을 것이다
아침 햇살이 방을 채우는 동안은
그 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