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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May 10. 2021

한 밤


한 밤은 지루했다.

매일 바닥으로 향해가는

보편적인 나날들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듯이.


한 밤은 슬펐다.

하늘에 뜬구름은

천천히라도 저렇게 떠가는데

나는 이렇게 제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한 밤은 힘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알 수 없는 불안들이

나의 귀를 잡아당겼기에.


한 밤은 버텨야 했다.

무언가 찰나의 순간이라도

붙잡은 손을 놓아버리면

그 순간 나의 모든 것을

어디론가 던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렇게 숱한 날들을 견디니

유리창은 새파래지고

새벽의 차가움마저 견디니

마침내 공허한 아침이 왔다.


이제 나는 괜찮다

아니 이제는 괜찮을 것이다

아침 햇살이 방을 채우는 동안은

그 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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