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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May 04. 2021

함께 걸어가는 길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은

결코 꽃길이 될 수 없다.


서로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절제하고, 물러서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길


그 길은 어쩌면

가시밭길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그대에게

그 길을 함께 걷자고 말하지 못한다.


혹시나 날카로운 것에 찔려

그 고운 발에 생채기가 날까 봐

웃으면 아름다운 그 예쁜 눈에서

한없는 눈물이 떨어지게 될까 봐


그래서, 그래서 내 손은

더욱 그 손에 포개어지지 못한다.


뻔하게 보이는 이 위험한 길을

그래도 나와 걷겠다고 한다면


그럼에도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겠다 말해준다면


내 낡은 신발, 그대에게 신겨주고는

기쁜 마음으로 그대를 업고

그 험한 길을 꽃길처럼 걸어가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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