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왜성

by 그리다

끝없는 어둠과 차가움 속에서 태어난 별.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티끌들이 중력에 이끌려 차츰차츰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간다. 스스로 빛이 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슴에서 피어나는 뜨거움을 믿고 앞을 향해 한 발짝 내딛는 별. 그렇게 조금씩 자신이 상상한 마음을 닮아가듯 점점 붉어진다. 저 멀리서 크게 성장해가는 다른 별을 따라 자신도 더 크고, 밝게 변하고 싶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주변에는 끌어모을 무언가가 없는 것을 깨닫는다. 혼자의 힘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별. 일찍 한계를 깨달아버린 가슴이 쓰라리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태어난 목적이 있으리란 기대를 부여잡고 걸어가야 할 방향을 향해 계속 나아간다.


주변에서 커다랗고 밝게 성장하던 다른 별들은 눈부신 빛을 내며 터져나가고, 그 폭발의 진동은 이내 새로운 별들을 탄생시키고 있지만 홀로 떠도는 작은 별은 터져나갈 만큼 충분히 커지지 못했기에 혼자서 그 모습을 잔잔히 바라보고만 있다.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빛을 연명하며 버텨가던 시간, 작은 별은 이내 뜨거운 심장을 억누르고는 빛을 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마음을 내려놓자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수많은 티끌들. 모든 것을 털어내 버린 작은 별은 이전보다 더 왜소하고 초라한, 별이라고 부르는 것도 애매한 모습의 하얀 별이 된다. 자신의 과거와 그 시절의 붉음을 생각하며 미미하게 빛나는 별. 그렇게 하루하루 얼마 남지 않은 추억을 태워가던 백색의 별은 마침내 모든 온기를 잃어 자신이 탄생했던 검은 우주 속에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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