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또래의 사람보다 조금 더 성숙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의 친구들과 잘 섞이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이질감을 보이는 그들은 무언가 독특한 오라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나 역시나 어린 시절부터 마을 어른들이나 주변 친구들로부터 '어른스럽다'라거나 '조숙해 보인다'라는 말을 듣었기에(어쩌면 겉늙은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나의 삶을 토대로 조숙해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서 서술해보고자 한다.
보통 스스로가 원해서 조숙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습관이나 편하다 생각하는 행동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그걸 보고 조숙하다는 말을 건네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에는 참을성을 보여주면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고, 중, 고등학생 때부터는 말수가 적고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면 '어른스럽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이나 계층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한다면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조숙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것이다.
보통 어른스럽다 느껴지는 사람들은 대개 외부로 표출하는 감정이 적고, 말수가 적으며 행동이 조심스럽다. 그리고 이런 특징들은 보통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주 가지게 된다. 행동이 굼뜨고 말수가 적다는 것은 타인이 보기에 답답할 수 있지만 그들은 좀처럼 자신의 행동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의 행동이 깊은 생각을 통해 나온 타당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생각이 많다.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도 직감을 통해 옳고 그름을 빠르게 캐치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보편적인 시각으로 볼 때 과연 옳은 것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이 나중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런 복잡한 연산들을 머릿속으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은 적어지고 행동이 더뎌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끝내 보편타당한 답이 나와서 이야기하려 하면 이미 주제는 넘어가 있게 되고, 타인은 그런 알 수 없는 침묵을 보며 이 사람에 대해서 '진중하다' 혹은 '답답하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나이가 들수록 답을 이야기할 수 있음에도 말을 꺼내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 이유는 물음에 대해서 답을 하는 것보다 답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나 빠르게 답을 내어야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보통 빠르게 답하곤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는 상태에서 묻는 질문들(내가 모르는 제삼자에 대한 비난 등)에 대해서는 간단한 호응을 하기도 하지만 옳고 그름을 쉬이 내비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감정적으로 던진 질문과 답은 그 사람이 화가 풀린 다음 다시 생각했을 때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쉽게 정의를 내린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스러운 사람의 특징은 성숙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성숙한 생각이란 순간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생각을 뜻한다. 어떤 사람이 지금 나에게 불쾌한 말을 던지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왜 지금 저런 말을 하는 것일까?', '결국 저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과 결론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그 결론에 찾아갈 수 있도록 차분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에 더해 대화와 논제에 대해서 눈앞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생각을 하는 것도 성숙한 생각의 하나라고 나는 정의한다. '가난한 사람들 돕자.'라는 말이 나왔을 때 물질적인 지원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현재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이 줄어드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물론 '빨리빨리'를 원하는 세상에서 이런 생각들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비효율 적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것 같다.)
끝으로 나는 '조숙하다.', '어른스럽다.'라는 말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조숙하다는 말은 '침착하다.', '평온하다.', '현명하다.'등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두루 사는 사회에서 이것을 조금 비틀어 보면, 이것이 답답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속을 알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떤 한 가지 관념에 얽매이려 하지 말고 스스로가 가진 틀을 깨려 노력하는 것이 더 올바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능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모습을 가지게 될 때 우리는 좀 더 현명한 삶을 살아가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