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은 이유

by 그리다

날이 너무 더웠다. 있으나 마나 한 선풍기를 틀고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있으니 마치 산송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한 모습을 느끼게 되자 왠지 모르게 현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살아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스스로의 삶에 지쳐서 어느 날 갑자기 삶을 포기해버릴까 고민을 하는 작은 몸짓들을 말이다.

짧은 한숨 소리가 울리는 낮은 천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삶이 죽음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이 있을까를. '삶이란 값 없이 주어진 선물'이라는 흔하디흔한 문장 말고 정말로 내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명확한 이유들을.

지금 내가 마음을 먹으면 선풍기의 강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더 더워지면 욕실로 달려가 찬물로 샤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 이 생각들을 글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짤막한 결론을 떠올리자 나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에게 인지시켰다. 삶이 죽음보다 나은 이유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삶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라는 사실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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