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이제 막 노란빛을 낼 때쯤
푸른 달이 유난히 빨리 움직이기에
달이 뭐 저리 빨리 흘러가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아래 있는 구름이
저 혼자 급하게 가는 것뿐이었다.
나는 순간의 착시에 바보 같음을 느껴
소리 없이 빙긋 웃음을 짓기도 했으나
이내 세상 모든 것이 저 하늘처럼
어느 하나의 움직임으로 인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멀어지고
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찬찬히 달을 바라보게 되었다.
누군가가 오른쪽으로 가면
가만히 있던 사람은 원치 않아도
왼쪽으로 치우친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
어느 한 사람이 멀어지려 하면
붙잡으려는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은 사람도 그 속도만큼 멀어지게 되는 것.
어쩌면 우리는 이 아득한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착시에 빠져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