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가득한 좁은 길가에서
한 광대가 홀로 춤을 추고 있다.
정장을 입은 신사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면서 지나간다.
그는 광대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한 꼬마 아이가 사탕을 손에 쥐고
멍하니 광대 앞에 서있다가 지나간다.
그는 광대를 흥미로워하는 사람이다.
기름이 묻은 작업복 차림의 사내가
광대 앞에 지폐를 두고 사라진다.
그는 광대를 안쓰러워하는 사람이다.
바이올린을 맨 한 여인이
광대의 움직임에 연신 손뼉을 친다.
그는 광대를 이해한 사람이다.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린 땀이
회색의 옷을 검게 물들일 때쯤
광대는 아무 말 없이 짐을 정리한다.
그런 광대의 모습을 바라보며
맞은편에 털썩 앉은 체크무늬 셔츠의 여인
그는 광대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광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