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자리를 가로채고 온 여름이었기에 더위가 좀 더 길 줄 알았다. 달력을 보자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가을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오늘 아침 8시의 햇살은 한 달 전의 그것처럼 여전히 뜨거웠다. 여름은 자신이 떠날 것이라는 티를 내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머무르다가 사라지고 싶은가 보다. 그러고 보면 가는 줄도 모르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과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서인지,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오늘의 햇살을 붙잡고 있다. 오늘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이 흐르면 내가 무엇을 후회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