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by 그리다

오늘도 나는 낯선 길을 걷는다. 아름다운 길을 봐두었다가 훗날 너와 함께 걸으려고. 예전에 이런 비슷한 길을 너와 걷던 때가 생각난다. 혼자 걸을 땐 분명 조용하고 아늑했던 길이었는데, 너와 함께 걸으니 주변을 채운 초록색이 연분홍으로 변하던 그 순간을.

다음에 이 길을 너와 걷게 된다면 나는 언제나처럼 처음 온 척 너에게 말을 걸고 싶다. 그리고 내가 꺼낼 말들은 모두 진실일 것이다. 너는 나에게 새로움을 주는 사람이니까. 이미 겪었던 것도 다르게 느끼도록 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얼마 지나지 않아 너와 걷게 될 이 길은, 분명 처음 걷는 길이 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