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by 그리다

어젯밤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이 새어들 때 느꼈다. 길고 길었던 여름이 떠났다는걸. 아마도 그 짧은 스산함은 '그동안 더위로 괴롭혀서 미안하다.' 말하고 싶은 여름의 마지막 진심이었을 것이다. 여름에 쌓인 색깔을 빼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분명 가을은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면 계절들은 공백이 없다. 애매하게 더우면 늦여름이고 이내 바람이 불면 초가을이라 부를 뿐, 결코 '없는 계절'이 생기지 않는다. 공백이 없는 계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로 빈자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사람도, 인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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