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듯이 회색으로 흐린 창밖의 날씨. 책상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동심, 추억, 행복, 다짐과 같은 것들이 매일매일 조금씩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과거에 내가 잊지 말자고 했던 순간들, 꼭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들이 망각이라는 케케묵은 서랍 속으로 처박히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나의 가슴은 조금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당장에 느껴지는 슬픔 뒤로 더욱 슬퍼해야 하는 사실들이 떠올랐다. 매일 소중한 것들을 잊어간다는 사실보다 슬픈 것은, 무엇을 잊어가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