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을에
옥수수알 같은 장대비가 내린다.
그러고 보면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비가 떨어져 내렸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너 나 없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조용한 나의 창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직 내 마음에는
비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자라나려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려야 할 텐데
푸석푸석한 모래만이
빈 공간을 나뒹굴 뿐이다.
내 안의 메마름이 끝나는 날
나는 무엇을 틔워낼 수 있을까?
그날에 피어나는 꽃은
가을을 물들인 코스모스만큼
선명한 아름다움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