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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Aug 27. 2021

경계


여름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을에

옥수수알 같은 장대비가 내린다.


그러고 보면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비가 떨어져 내렸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너 나 없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조용한 나의 창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직 내 마음에는

비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자라나려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려야 할 텐데

푸석푸석한 모래만이

빈 공간을 나뒹굴 뿐이다.


내 안의 메마름이 끝나는 날

나는 무엇을 틔워낼 수 있을까?


그날에 피어나는 꽃은

가을을 물들인 코스모스만큼

선명한 아름다움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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