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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Sep 24. 2021

잡지에 글이 실리다.

 7월 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잡지 '좋은생각'의 글을 보게 되었다. '좋은생각'은 과거 군생활을 할 때 너무나도 익숙하게 봤던 잡지였으며 지금도 잡지 코너가 있는 도서관이라면 빠지지 않고 진열되어있는 잡지이기에 그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사실 예전에 공모전이 있다는 소식을 친구로부터 들었을 때 우연히 한 번, 좋은생각에 투고를 한 적이 있으나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었다. 이후 쭉 그냥 잊은 채로 지내다가 적어둔 글도 조금 있겠다 어차피 안될 거 그냥 재미 삼아 넣어보자 하는 생각에 투고를 하게 된 것이다.


  한 달이 끝나가는 애매한 시기에 글을 투고했던 탓일까? 일주일이 지나도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된 공지 하나가 없었고 내가 등록한 연락처로도 소식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씩 웃으며 이번에도 당연히 안 된 것이겠구나 해서 나의 생활에 집중하게 되었다. 투고를 했다는 사실조차 잊으며 일에 몰두하던 8월의 끝자락. 일과를 끝내고 서재겸 작업실에서 글을 끄적이고 있던 순간,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에 걸려온 전화는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번호여서 잠시 고민을 했다. 택배인가? 아님 회사에서 전화가 온 건가? 혼자 고민하며 있던 중에도 전화기는 계속 울리고 있었기에 잘못 걸려온 전화는 아니겠다 싶어 얼른 전화를 받았다. 통화가 연결된 것을 확인한 직후 나의 이름을 먼저 묻는 점잖은 목소리. 나는 그렇다고 대답한 후 무슨 연유로 내게 전화를 걸게 되었는지를 묻게 되었다. 그분은 천천히 자신은 '좋은생각'의 담당자이며 이번에 투고한 글과 관련해서 알려드릴 사항이 있어서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내게 알려왔다. 나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리곤 본능적으로 무언가 좋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웃으며 담당자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투고를 했던 몇 개의 글 중에 하나가 채택되어 다음 달 잡지에 싣게 되었으며 소정의 상품이 있으니 발송될 주소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나는 정보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기뻐할 새도 없이 '도대체 어떤 글이 채택된 거지?'라는 궁금함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글을 확인하게 되었다.


 8월에 받은 전화였기에 나는 9월 호에 나의 글이 실리는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글이 실리는 것은 10월 호였다. 전화가 걸려온 후로부터 한 달이 지난, 9월 초에 집으로 배달된 소포에는 채택 상품과 함께 '좋은생각' 10월호 2권이 들어있었는데 나는 내 글이 실린 페이지를 펼치면서 "오~"하는 짧은 감탄사만을 내뱉었다.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생각'은 내 일상에서 너무나도 자주 보이는 잡지였으며, 가끔 쓰인 글을 볼 때마다 '여기에 글을 쓰는 분들은 다들 깊이가 있는 글을 쓰시네.'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나는 여기에 글을 올릴 기회가 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희로애락이 가득 담긴 좋은 글들 사이에 내 글이 섞여있는 것에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글에 대한 평가를 남겨주신 심사위원의 글을 읽으며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무언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나는 다음날 카카오톡 배경 사진에 내 글이 쓰인 페이지를 찍어 올렸다. 그러자 한 시간 정도 뒤부터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가 연이어 왔고,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을 잘 몰랐던 친구들도 틈틈이 연락을 걸어왔다. 무엇보다 정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에서 연락을 받은 것이 참 좋았다. 나는 그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남아있는 잔잔한 행복을 만끽했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네가 이걸 썼다고?"라며 장난 섞인 말이 돌아왔지만 나는 집에서의 나와 다른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다음 월 호의 잡지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나갈 행복을 뒤로하고 나 자신을 다잡기로 했다. 이런 일들에 취해있지 말고 항상 부족함과 겸손함으로 배를 채워 오늘보다 더 나은 글을 계속해서 써 내려가자고. 나는 이번 일을 겪음으로써 내 안에 소중한 보물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부족한 내 글도 분명 어딘가에는 먹히긴 한다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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