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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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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Nov 13. 2021

시를 읽는다


시를 한 편 읽어낸다는 것은 시 한 편을 내 마음에 써 내려가는 것과 같다. 내게서 시작되지 않은 낯설고 자잘한 감성들을 내 것인 것처럼 안으로, 안으로 삼키려 하는 노력들은 단단한 사탕을 녹여 목구멍으로 넘기는 일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한 편의 시를 모두 외운다고 해서 그 시가 나의 글이 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던 절절함은 나의 혈관을 타고 흘러 내 두 손을 꽉 쥐게 해주는 열렬한 힘이 된다. 시는 촘촘하고 딱딱하다. 그리고 내 삶도 그 못지않게 딱딱하다. 그래서 나는 시를 읽는다. 그리고 천천히 마음으로 녹여낸다. 그리하면 그와 닮은 내 삶도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삶이라는 것은 그렇게 잘게 녹아 마음 낮은 어딘가로 흘러가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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