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정수리를 내리쬐던
그 희고 차가웠던 겨울날
나는 너를 기다렸다.
뜨거운 입김은 연기처럼 흩어지고
조금 전까지 멈춰있던 나의 몸은
무언가로 인해서 떨려왔지만
그럼에도 나는
노란 가로등 하나만이 길을 비추는
검고 으슥한 담벼락 앞에서
그리운 너를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랫동네에서 들려오던
어느 강아지의 짖는 소리도
차가움 속에서 얼어갈 때 즈음
검기만 하던 하늘에서는
새하얀 눈이 내렸고
저 멀리서 보이는 너의 모습에
내 마음에도 하얀 눈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