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다 Dec 29. 2021

버텨야 하는 계절


 오늘 출근을 하며 잠시 산책을 하던 중에 무료한 겨울에 대한 생각을 했다. 겨울은 어떤 계절일까? 나는 무엇으로 이 계절을 버텨내고 있는가 따위를.

 

 그러다 얼어붙은 강과 눈을 틔운 나무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풍족했던 시절에 간직했던 영양분으로 겨울을 버텨내는 자연처럼, 나 또한 가을까지 채운 마음들을 겨우내 소모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살이 가득 찔 만큼 넘치는 사랑과 행복을 받았기에 이 하얀 계절을 걷는  내가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약 그동안 채운 게 없었다면,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겨울은 무척이나 차갑고 쓰라렸을 것이다. 시간을 잊고 살아가는 어떤 이의 그림자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의 향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