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을 하며 잠시 산책을 하던 중에 무료한 겨울에 대한 생각을 했다. 겨울은 어떤 계절일까? 나는 무엇으로 이 계절을 버텨내고 있는가 따위를.
그러다 얼어붙은 강과 눈을 틔운 나무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풍족했던 시절에 간직했던 영양분으로 겨울을 버텨내는 자연처럼, 나 또한 가을까지 채운 마음들을 겨우내 소모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살이 가득 찔 만큼 넘치는 사랑과 행복을 받았기에 이 하얀 계절을 걷는 내가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약 그동안 채운 게 없었다면,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겨울은 무척이나 차갑고 쓰라렸을 것이다. 시간을 잊고 살아가는 어떤 이의 그림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