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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Dec 30. 2021

다음이라는 말


 나는 '다음'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군가와 헤어질 때 '다음에 보자' 말을 너무도 흔하게 던지기 때문이다. 그 말을 오랫동안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다음에 보자'라는 말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졌고, 그 말을 들으면 은연중에 '다음은 없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에 본다는 말이 당연한 인사치레가 되었기에 나는 그에 맞게 순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에게는 두루뭉술한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모레, 다음 주, 혹은 마지막 주 금요일과 같은 특정한 날을 상대방에게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와 잘 맞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흔쾌히 다음 약속을 잡아주었고 관계는 점차 돈독해졌다. 물론 이것이 부담이 되어 "글쎄? 보고?"라는 답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며 마무리를 했지만 말이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로부터 기약이 없는 "다음에 보자"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 나도 응당 그에 맞게 "그래 다음에 봐"라고 말하며 돌아선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안녕을 고하며. 하지만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나만의 언어로 수줍게 물어보곤 한다. "혹시 그날 시간 괜찮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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