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 그 이상을 얻으려면

by 그리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을 간간히 볼 수 있다. 힘든 일이 있을 텐데도 사람을 마주할 땐 항상 미소로 맞이하고, 대화를 하면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베푸는 습관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주변에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비판보다는 칭찬이 주를 이룬다. 보통 그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경계심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지고, 그가 가지고 있는 좋은 분위기는 언제 내게로 옮겨진 것인지, 어느새 그의 습관들을 따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점점 쌓여가는 호감도. 이제는 용기를 내어 가까이 다가가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친함' 그 이상의 관계로 넘어가려 하는 순간 그동안 보이지 않던 투명한 벽이 그와 나 사이에 있음이 느껴진다. 이 벽은 도대체 언제부터 존재했던 것일까? 그리고 이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나는 나의 경험을 들어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친절 그 이상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금 흘려볼까 한다.


우선,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왜 항상 친절한 모습을 보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싸움보다는 협력하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경험들이 쌓여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즉 상대방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 '나는 당신에게 적의가 없어요.'라는 뜻으로 처음부터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 물론 무례함으로 무장한 사람에게는 살짝 시니컬함을 내비칠 때도 있지만 보통은 화를 잘 내지 않으려 하고, 논쟁이 있을 때 중립을 지키려 하며,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모두 쏟아낼 수 있게끔 말을 아끼곤 한다.


렇다면 왜 친절한 사람에게 다가가고자 할 때 벽이 느껴지는 것일까? 아마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라면 대개 친절한 사람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친절과 타인에게 보여주는 친절의 밝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일 것이다. 이 말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결국 친절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가오려는 사람이 아직까지 타인이라는 집합에 속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뜻이 되고, 이런 심리적 거리가 마음에 작용하여 서로에게 벽을 느끼게 한다.


다가섬을 막는 이런 투명한 벽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는 이것을 굳이 왜 만드는 것인가에 대해 알고 갈 필요가 있다. 대인기피증을 가진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친절한 사람이 벽을 세우는 이유도 대개 과거에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받았던 상처가 크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용기를 내어 타인에게 다가갔더니 결국은 이용만 당했다거나,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여겼는데 알고 보니, 자신은 집단에서 머릿수만 채우는 존재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또 이성인 경우 불필요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애매함과 거짓으로만 관계를 유지하는 상대방의 모습에 지치게 되었을 때가 바로 그런 예다. 이 외에도 사람을 멀리하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벽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단순한 악의에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투명한 벽을 뚫고 친절한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가서는 방법은 한 가지 개념을 이해하면 쉽다. 그것은 그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나눠놓은 영역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타인'이냐 '내 사람이냐'를 구분 지어 놓은 영역. 그 둘을 판별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진심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쉽게 풀이하자면 '자신은 얼마만큼 상대방에게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느냐'와 '상대방은 얼마만큼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느냐'를 기준으로 상대방이 속할 영역을 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유형의 사람과 깊은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면 마음을 떠보려 한다거나 간을 보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탐색하기 위한 목적에서 한 번 떠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행위는 오히려 상대를 자극하고 마음의 문을 역으로 닫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진심. 순수하고 유치한 언어든, 그저 서툰 행동이든지 간에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하면 상대방도 그 신호를 알고 서서히 당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두 번째로 친절한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은 스며드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빠르게 결정짓고 빠르게 돌아서는 사람은 스며든다는 방법에 싫증이 날 수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스며든다는 것은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오랜 시간 동안 동화되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보통 마음에 상처가 사람들은 상대방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선호한다. 만약 대문이 닫혀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마당을 가로질러 와서 현관문을 두드린다면 어떨까? 우리는 당연히 무서움과 부담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 유형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서로를 인지할 수 있는 거리에서 천천히 다가오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서로의 진심을 양분으로 하여 성장하는 나무처럼, 느리지만 깊고 단단하게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선호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물론, 특수한 사례로 이런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긴 하다. 나에게는 그런 선례를 남긴 친구가 있는데, 처음에는 이 친구가 너무나도 저돌적으로 관계를 좁히려고 해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친해지기 위해서 하는 행동에는 악의가 없었고, 매번 진심을 다해 나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것을 표현했기에 벽을 허물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는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내용들과 같이 이 방법 또한 진심에서 기인한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에게 궁금증을 가지고,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다. 그처럼 친절한 사람 역시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또 어떻게 하면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물어봐주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따라서 그의 관심 영역 안에 위치하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그리고 그 물음이 옅은 감정에서 나오는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주자. 이 정도만 해도 상대방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을 무척이네 신경 쓰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게 된다.


앞의 내용들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결국 친절 그 이상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고 다가갈 줄 알아야 한다.'라는 것. 사실 이 말은 모든 유형의 사람들에게 통용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진심만 한 게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귀찮은 방법들을 실천해서 친절한 사람을 가까이 두면 우리는 그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보물지도를 따라가면 금은보화를 발견하듯, 이 노력의 끝에는 커다란 보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깊은 헌신'이다. 이는 살아가면서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따뜻함과 쇠사슬처럼 끊기지 않는 신뢰를 그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음을 뜻한다. 서로를 밀어내다가도 극을 한 번 뒤집으면 당기는 힘이 발생하는 자석처럼, 거리를 두고자 했던 사람들이 생각을 한 번 뒤집으면 누구보다도 살갑고 포근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그 순간 느끼게 된다.


글을 마무리하며 지금 주변에서 친절한 모습으로 묘한 끌림을 주는 사람이 있지만, 무언가 친해지는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편, 자신이 상대방에게 했던 행위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방이 자신에게 하는 말과 시간 등을 체크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단답으로 끝나는 말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당신과 보내는 시간 또한 점점 많아졌다면 지금 그 사람 안에서는 당신이 소중한 사람으로 각인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혹시나 상대방이 무언가 눈에 띄는 큰 변화를 보여주었음 하는 욕심이 생겼다면, 그 마음은 가슴속에 고이 넣어두자. 굳이 채찍질을 하지 않아도 지금 상대방은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자신의 삶에서 가장 빠르게 또 가장 큰 용기를 가지고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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