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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May 11. 2022

시련의 강도


 나는 인생에서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딱 두 번 있다. 하나는 땀조차 말라버렸던 어느 여름날, 일사병에 걸린 상태로 14시간 동안 행군을 했던 순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특전사 부대에서 흙먼지를 입에 머금어가며 공수훈련을 수료했던 순간이었다. 이제는 지나간 일이기에 웃을 수 있는 있지만, 이 경험들은 내 삶에 어떤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바로, 이 경험들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힘듦'이라는 기준을 새롭게 갱신시켜준 것이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육체적인 강도가 높은 일을 한 적이 많았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고생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좀처럼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힘들다'라는 말이 떠오를 때마다 저 때의 기억들이 나타나 '이딴 걸 지금 나랑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거야?'라며 핀잔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사람은 자신이 겪었던 시련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겪어야 '힘들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을.


 오늘도 어떤 이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면서도 '괜찮다'라며 웃는다. 그러나 다른 어떤 이는 남들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매일 힘들다며 투덜댄다. 힘듦이란 사실,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나는 누군가 힘들다는 말을 할 때마다 그의 삶을 조금 더 상상하곤 한다. '저 사람은 살아 오면서, 과연 어느 정도의 시련을 겪었을까?'하는 그런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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