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된 책들을 정리하다가 책 더미에 섞여있던 익숙한 제목의 책 한 권 때문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 책은 학창 시절, 내가 읽던 책을 궁금해하던 짝꿍에게 처음으로 빌려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건넨 순간부터 다시 돌아오기까지 나를 맴돌던 설렘 때문이었을까? 나는 가끔씩이 책이 눈에 띌 때마다 시간을 거슬러 아련함에 잠기곤 한다.
추억에 다시 펼쳐본 책은 여전히 지루한 내용을 늘어놓고 있지만, 떨리는 손끝은 언제나 새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나 시간이 깃든 물건들은 모두 이렇게 특별함을 안고 있는 것일까? 작은 책을 손에 쥐고 있을 뿐인데, 오늘따라 나의 생각은 긴 여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