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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un 20. 2022

그래도 행복했다


우리가 만났던 날이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그날의 하늘은

소나기가 세차게 떨어지고

바람 또한 제멋대로 불었으나

그 때문에 나는 오히려 행복했다.


시간이 흐른 뒤 그대와

맑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려 하면

그런 날이 너무나도 많아

쉽게 떠올릴 수 없겠지만


비를 맞으며 걸었던 날을

떠올리려 했을 때는

곧장 그날이었구나 하며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기에.


그날에 내린 차디찬 빗방울이

내 삶에 책갈피 하나를 새겨주어서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잊지 않게 해주어서

나는 그걸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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