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다 Apr 21. 2023

봄처럼 바쁘게 지나가는 나의 시간

 매일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글을 완성시키는 게 요즘은 더뎌졌다. 내가 부지런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내가 학교 안에서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학기 초기인 이 시기에 많은 일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같은 자리에서 1년을 지내서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매년 새롭게 변하는 지침들 때문에 업무도 다르게 수행해야 하는 터라 매일 새로운 일들과 사투하며 보내고 있다.


 학기가 시작된 몇 주간은 도서관 시스템을 부여잡고 있었다. 진학하는 아이들을 처리하고, 신입생을 등록하는 업무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까다로웠다. 전학을 가거나 오는 친구들을 확인하고, 특이사항이 있는 학생들을 기록하는 등, 수백 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고 처리해야 하는 절차를 반복했기에 하루하루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신입생의 경우 모든 학생들에게 도서관 시스템 가입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담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개학 후 2주 차부터는 매월 말에 있는 도서관 행사 준비와 도서관에서 가장 큰 예산을 쓰게 되는 일인 전반기 도서 구매를 추진하느라 진이 빠졌다. 예산을 사용하기에 앞서 도서관 운영 위원회를 개최한 뒤 회의록을 작성하였고, 이후 도서 구입 목록의 공지와 구매 품의서를 상신하는 일을 했는데, 몇 번 해본 일이다 보니 의외로 스무스하게 지나갔다. 다만 학교 내부적으로 개학을 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 그런지 갑작스럽게 생기는 이벤트라던가 도서관에서의 사고들이 가끔씩 생겨, 그것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게 되었다. 이 밖에도 도서관 활용수업과 관련된 준비라던지, 도서관 관련 민원 처리 등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적이 몇 번 있지만 이것은 흔히 있어온 일이니 긴 설명은 생략한다.


 1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얼굴을 익히고, 서로 장난을 칠만큼 친해질 수 있게 된 것이 나에게는 행복이었지만 이것이 또 다른 바쁨을 불러내었다. 가끔 아이들과 캐치볼을 하거나 농구를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그것이 썩 즐거웠던지 3교시 쉬는 시간만 되면 "쌤 강당에 농구하러 오셔야 돼요." 라든가 "쌤 같이 캐치볼 해요."라며 나를 불러내었다. 이 밖에도 매시간 와서 자신이 배운 코딩 기술을 자랑하는 아이가 옆에 붙어 다닌다거나, 아이들이 도서관에 구비한 보드게임(체스, 장기 등)을 함께 하자고 부르는 경우도 있어서, 정말 내 몸이 10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하루하루가 바쁘게 흘러갔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비슷한 강도로 업무를 보다 보니 어느새 오늘까지 흘러와 있다. 꽃이 피었는지 졌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봄은 저만치 지나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다음 주면 다시 돌아오는 도서관 행사를 주관해야 하고, 구입한 도서의 검수와 전자책 구매까지 함께 진행해야 하는데, 계획은 다 세워두었으니 어떻게든 잘 마무리될 거라고 나를 진정시켜 본다.


 좁은 터널을 빠져나오듯 이번 봄을 잘 마무리하면 6월에는 제대로 된 계절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까? 저만치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봄을 잊은 내게 여름을 선물해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고가 되는 도서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