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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의꿈 Aug 12. 2020

119에 화가 난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다.  그게 옳지 않더라도


뉴스에 119 직원을 폭행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환자는 나쁜 놈이고 죽일 놈이다.

뉴스를 접한 사람이면 100% 환자를 욕하며 119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논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동정심을 먼저 부여한다.

119 직원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건 119 체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새벽, 잠에서 눈을 떴는데 벽에 거미가 올라가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다시 떠도 거미였다.

거미들이 떼거지로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몸이 허해졌는가 보다 하고 돌아 눕는데

세상이 휘청 돌아갔다. 벽이 일렁일렁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오모나 이게 뭐지... 혹시 이거... 이석증..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간다는 그 이석증. 무섭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겁이 덜컥 나서  침대를 조심스럽게 기어 내려왔다. 벽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119에 전화를 해 말아. 119라는 압박감 때문에 불러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잠시 망설였다.

사실은 부끄럽기도 했다. 119라니.      


난생처음 겪는 혼란에 어찌 할바를 놀라 바닥을 기어 다니다 결심하고 119를 눌렀다.

티브이에서 봤던 거처럼 또박또박 한 번에 정확히 말해줘야 찾기 쉬울 것 같아 묻는 말에

정확히 아파트 주소를 알려줬고, 지금 어떤 상태라고 말해주었다.      


천장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119 대원들이 오기 전에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옷장까지 기어가 겉옷을 대충 걸쳐 입고 엎든 린체 그들을 기다렸다.  


사람은 오지 않고 휴대폰이 울렸다. 주소를 물었고 증세가 어떠냐고 물었다.

이상하다. 아까 얘기해줬는데.. 그래도 아까처럼 주소를 말했고 증세를 말해줬다.

어지러우니까 전화받고 말하는 것도 사실 힘들었다.     


그런데 한참 후 휴대폰이 또 울렸다. 주소를 물었고 증세가 어떠냐고 또 물었다.

주소를 말해줬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고 또 말해줬다.


그런데 이번 대원은 그 얘기를 반복적으로 계속 묻는다. 슬슬 성질이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전화를 몇 번씩 계속하는 건가요? 맨 처음 전화할 때도 말했고 아까도  전화와

서 말해줬는데 똑같은 질문을 왜 자꾸 하는 건가요? 힘들어 죽겠는데”    


라고 말하자... 그쪽 대원도 지지 않고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우리는 출동 요원입니다. 전화받는 사람 따로 있고 다 각자 역할이 따로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전화한 건 출발 전 환자분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아야 장비를 챙겨 갖고 가지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어디 제 말이 틀렸나요? ”


 “.. 그럼 아직도 출발 안 한 거예요? ”

“ 출발할 거예요”

“ 저기요.... 대원들끼리 서로 소통 안 하나요 그런 거? 제가 분명히 말했거든요.. 벽이 빙글빙글 돌아간다고... 어지럽다고요”


“ 그러니까 지금 위급 상황은 아니라는 거죠?”

“ 그건 모르겠어요. 어쨌든 전 지금 너무 어지러워서 기어 다니고 있어요”

“보호자 없어요?”

“ 네. 저 혼자예요!”

“알았어요”      


전화를 끊고 났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응급상황이고 혼자 전화도 못할 정도면 죽는 상황 아닌가.

우리나라 119 정말 문제 많다.라고 생각했다    


소방서 길어야 십분 거리 예상시간 한참 지나

초인종이 울렸다. 기어가서 문을 열어주었더니 젊은 남 1 여 1 대원 둘이 떡 하니 서있었다.

둘 다 아무 말도 없이 휠체어만 앞에 놓고 버티고 있었다.


올라타라는 얘긴지 원 기진맥진 탈진한 상태인데 그들은 도움의 손도 주지 않았다.

119 대원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렇게는 안 할 거 같았다.     

겨우겨우 셀프로 휠체어에 앉았다


“ 머리 드세요 엘리베이터에 부딪힙니다”     


나도 모르게 머리가 힘없이 꼬꾸라져 있으니 위험해 보였는지 그 한마디를 했다.     


그렇게 엘 비에터를 타고 1층에 내려오니 119가 빨간불을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아—이런 새벽길 너네도 오느라 고생했다.

그렇다고 그 모양 불친절이냐.  상황과 안 맞게 새벽 공기는  예뻤다.   


대원 둘이 나를 앞에 두고 떠들고 있었다.

펑펑 내리는 흰 눈을 보면서 대원들 얘기를 듣고 있는데 둘의 대화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대원 1 : 어느 병원 갈까?

대원 2 : 글쎄.

대원 1 : 어느 병원이 좋을까

대원 2 : 글쎄...** 병원 갈까.

대원 1 : 그럴까.

대원 2 : 그래.. 거기로 가자.     


그렇게 나를 길에 내버려 두고 잡담을 섞어 5분 이상을 떠든 것 같다.     

솔직 그런 대화는 오기 전에 정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진짜 확 패 주고 싶었다. 쌍욕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말할 힘도 없었지만

그래 봐야  119를 폭행한 환자라고 떠들어 댈게 분명하니까.         


119는 사이렌도 켜지 않고 휑하니 뚫린 새벽길을 달렸다.    


병원에 내려주는 119한테 얼마냐고 물었더니, 119는 공짜랜다.

속마음

공짜라서 니들이 그렇게 함부로 막 하냐.. 공짜 인생이라 생각해서 그따위로 성의 없는 거냐.  걸어갈 정도였으면 내가 택시 불렀어

니들 고생 안 시킨다고 ㅡ

어쩔 수 없으니까 이용한 거고 당신들 직업이잖아  ㅡ   


몇 번씩이나 계속  확인 전화하고 되려 성질내고 그게 맞는 건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여하튼 광고로 기대하는  119의 모습은 아니었어도 최소 인간적으로 대해줬어도

화는 나지 않는다.    


119 젊은 대원 생각만 하면 “ 니들이 그러고도 얼굴에 시커멓게 칠하고 맨날 힘들다고 광고하는 놈들이냐”

“문제만 생기면 처우가 나빠서.. 국가직이 아니어서 .. 핑계나 대고”        


119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내가 겪은 119 가 그랬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119! 

일할 때 좀 똑똑하게 친절하면 안 되겠니?     

  많은 거 안 바란다.  기본은 하자.



힐링되는 글을 써야 하는데

예쁘게 살기에는 불평이 많다.   

불평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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