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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의꿈 Jul 09. 2020

거짓말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거짓말은

혈액형별 가장 거짓말 잘하는 사람    

1위  O 형 –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지만 결국 다 드러나는 거짓말을 한다.

2위  B 형 – 무조건 잡아떼는 스타일이다

3위  AB 형- 거짓말을 잘 안 하지만 일단 하면 완벽하게 한다

4위  A 형 – 본래가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다

   


혈액형에 의하면 나는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다. 실제로도 거짓말을 못한다. 거짓말을 하면 심장이 바빠지고 얼굴도 빨개지고 말에 높낮이가 달라져서 차라리 침묵하거나 화제를 전환해야 한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본래 못한다. 그런데 그 말이 또 거짓말임을 알고 있다. 거짓말을 못한다는 게 거짓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짓말을 한다. 예쁘다고, 멋있다고, 맛있다고, 최고라고, 괜찮다고, 사랑한다고,  

그중 최고의 거짓말은

:나는 너를 이해한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공감하지도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 공감하는 척 거짓말을 한다.

   



전화 통화를 자주 하는 A가 있다. 수다 떠는 게 취미인 A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붙잡고 자신의 일상을 들려준다. 끊고 나면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때가 부지기수다.

예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빨리 끊거나 안 받았는데 요즘은 휴직 중이라 그 수다에 같이 놀고 있다. 수다를 몇 번 떨다 보면 긴 하루가 후딱 지나서, 늘 오던 전화가 안 오면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날은 A 가 : 내 얘기를 들어주는 네가 있어서  참 좋아:  이러길래

: 응 나도 네가 좋아 :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A가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너무나 좋아했다.  

영혼 없는 말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A의 진심이 느껴져서 좀 미안하기도 했다.  

본래의 나라면 절대 그런 거짓말을 안 한다. 그러나 살다 보니 거짓말이 툭 툭 잘 튀어나왔다.

그래도 나를 이해해 주는 것 너뿐이야. 응 그래 이해해. 다 이해해.     


A는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다. 하루라도 수다를 안 떨면 불안한 사람처럼 보인다. 늘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나와 통화를 하다가도 앗, ** 전화다 하면서 얼른 끊고 통화 중 걸려 온 다른 전화를 받는다. 통화 중 대기를 걸어놓은 건데 통화가 끝나면  또다시 나한테 전화를 걸어와 못다 한 수다를 마저 떤다. 몇 번을 그렇게 하니까 어느 순간 짜증이 났다. 그래서 화를 냈더니 미안하다고 했다.

나를 너무 믿어서 그랬다 고 한다. 오늘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나랑 통화 중에 다른 전화가 온다며 얼른 끊고 그 전화를 받고 다시 또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안 받을까 하다 받아 주었다. 첫마디가. 미안해. 였다. 그래서 너답지 않게 무슨 사과야. 그랬더니 자기 다운 건 사과를 하는 게 자기답다고 했다.  뜻밖의 모습에 진짜 좋아할 뻔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도 아닌 전업주부가 통화 중 대기를 사용하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통화 중 대기를 풀어놓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A의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 비록 거짓말일지라도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하는 힘.  좋아해 이해해 라고 말하는 순간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말에 힘은 대단하다.     




B를 떠올리면 가슴 아프다. 지금도 휴대폰 스팸 메시지엔 B가 보낸 문자 폭탄이 그대로 들어있다. 자신의 얘기에 공감해주지 않는다고,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나에게 욕으로 가득한 문자를 보내왔는데 500통이 넘는다. 나를 자극하는 그 어떤 말에도 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던 메시지에도 꾹꾹 눌러 인내했다. 대신 원수가 되어 수신거부 목록에 B의 전화를 걸어뒀다.  


B는 직장을 자주 옮기는 편인데 1년 이상을 넘긴 직장이 없다. 서너 달에 한 번꼴로 옮기는데

자발적 퇴사가 아니라 늘 강제로 퇴사를 당했다. 이유를 듣는 과정에 B에게 나름 조언한다고 한 것인데 B는 그게 불만이었다. 나보고 공감과 이해가 부족하다며

:너도 당해봐:

그렇게 문자 폭탄을 보낸 것이다. 처음 받았을 땐 마음을 달래주려 미안해 라고

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게 후폭풍으로 더 거세게 밀려왔다. 미안하면 다냐, 미안한 짓을 왜 하냐,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감당할 수가 없어 스팸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스팸으로 돌린 후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봤더니 선을 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후에는 스팸조차 열지 않았다. 스팸을 확인해 봐야 내 마음만 아프고 B를 더 미워하게 될 뿐이었다. 미움이 생긴 다는 건 언제나 견디기 힘든 일이다.

여전히 B를 이해할 수 없지만, 관계를 위해선 그냥 응 이해해, 이해해 라고 말해줬아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도 든다. 아니면 B 가 정말 싫어서 B의 말에 공감과 이해를 못해준 건 아닌지 문해 보기도 한다.  

        



O는 말할 때 늘 우아한 표정으로 응 그래... 이해해하는 모습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O의 영혼 없는 대답이 거짓말처럼 들려서 싫기도 했다. O는 늘 어떤 코멘트도 없이

영혼 없는 미소를 보이며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끄덕 얘기를 경청했다.

어느 날 내가  :네가 하는 말엔 영혼이 없어  신뢰가 안가:

그랬더니 그 말에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런 O를 B는  칭찬했다.

O는 최소한 자신의 말을 공감해 주고 이해해 준다며 보란 듯이 좋아했다. 나중에 O가 나에게 말했다.

: 너는 꼭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해야 하나 봐 :


그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맘속에 넣어둬도 될 말을 잘난 체 꺼내서 남에게 상처 주고 있었던 거였다 내가.  나보다 어린 O는 어쩌면 나보다 더 빠르게 삶의 노하우를 터득했는지 모른다.

 

나는 O처럼 관계를 위해 최소한의 거짓말도 못하는 나쁜 사람이었다.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말에도 큰 비용을 지불하고 살았다.

    

그래 충분히 너를 이해해. 거짓말이 아닌 진심으로.  

아니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그렇게 말해줘. 나는 너를 이해한다고.

B는 그렇게 애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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