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웃음 사냥꾼

사냥의 기술

by 영점오

나는 오늘도 한 마리의 웃음을 사냥하러 간다.


웃음이란 노련한 사냥꾼이 목을 축이는 사슴을 조용히 바라보며 활시위를 흔들림 없이 당겨서 명중시키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만 은근히 웃음이란 동물은 쉽게 잡히지도 발견되지도 않는 법이다.


오직 인내하는 자만이, 또한 끊임없이 다양한 대화 속에서 그들의 성향과 특징과 표정 및 행동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을 때에 어쩌면 타고난 순발력과 번뜩이는 재치로 올가미 삼아 웃음을 포획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을 웃기고 싶으면 우선 다음과 같은 규칙을 지키도록 해보자.


1. 타이밍이 올 때까지 섣불리 나서지 않고 기다리기!

2. 재치 있는 생각이나 농담이 떠올랐을 경우에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대상에 명중시키기!

3. 사람들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름을 알고 잘 기억해두기!

4.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기!

5. 상대방이 친하지 않다면 상대방보다 자신을 낮추는 착한 개그로 호감도 올리기!

6. 말보다 오히려 미묘한 표정이나 상황에 맞는 행동으로 더 자주 웃길 수 있음을 기억하기!

7. 오늘 한 사람이라도 웃기지 않았다면 잠에 들지 않겠다고 다짐하자!


나는 네 살짜리 딸과 일곱 살, 열두 살이 된 아들이 있다.


나는 아이들이 아빠가 눈에 들어올만한 개월 수가 되었을 때부터 웃기는 것에 열심이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웃음을 사냥하기는 매우 쉬워서 어린 아기라면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가 짠~하며 "아빠~ 여기 있네!"라고만 하여도 아기가 들썩들썩 어깨춤을 추며 웃을 것이다.


나는 자주 막내부터 첫째까지 웃음 참기 대결을 하는데 거의 나의 승리로 끝이 난다.

웃음 참기 대결의 시작 구호는 팽이로 승부를 보는 애니메이션에서 따왔다.

"쓰리, 투, 원, 고~~ 슈!"

네 살짜리 공주에게 먼저 대결을 요청하면 함께 저 구호를 외치는데 세상 진지하게 임하는 딸내미가 신기할 따름이다. 막내에게는 우선 표정으로 웃기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어떤 표정을 지어도 잘 버틸 때가 많다. 그렇다면 이어서 말로 웃기는데 막내가 요새 관심이 많은 것이 '응가'라는 말이라서 그냥 "응가?"라고 하면 갑자기 입이 씰룩거리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아빠가 응가야! 응가!" 한다.


두 번째로, 시작하기도 전에 웃음이 나서 심호흡을 하고 있는 둘째에게 다가간다.

"쓰리, 투, 원, 고~~ 슈!"

둘째는 워낙 웃음이 많아서 사실 무엇을 하기도 전에 그 상황이 웃기는지 그냥 콧구멍만 벌렁거리며 쳐다보아도 곧바로 웃음을 터뜨리는데 승부욕은 강하여서 한번 대결을 하면 열 번은 넘게 재대결을 요청한다. 물론 경기가 시작되면 삼초 이내에 본인이 스스로 웃는다.


마지막으로 첫째와 마주 앉는다.

"쓰리, 투, 원, 고~ 슈!"

첫째는 열 살 때까지만 해도 둘째와 마찬가지로 웃음이 많아서 곧바로 웃었는데 요즘은 컸다고 오분이 넘게 버티기도 한다. 그러면 결국 첫째의 상상력이 풍부함을 공략한다.

"00가 수염이 났는데 아빠보다 심하대!"

"풉!"

여기서 포인트는 첫째가 전혀 생각 못한 인물이어야 하고 상상했을 때 웃길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는 어떤 여자아이가 출연하게 되었다.


아내나 직장 동료들이나 사회생활을 하며 어른들을 웃길 때에는 웃음 참기 대결 같은 원시적인 도구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큰 웃음의 징후가 포착되기 전에는 작은 웃음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실전으로 한번 넘어가보자!


다음은 실제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어머니: 아들아~ 너 얼굴에 점 좀 빼자!

나 : 싫어요. 아플 것 같아.

어머니: 오후 2시에 이미 예약해 놨는데?

나 : 아~ 진짜! 왜 어머니 마음대로 그러세요? 절대 안 갑니다.

어머니: 요즘에 남자들도 다 뺀다더라~ 마취연고 바르면 아프지도 않아!

나 : 싫어요. 절대 안 가요. 무슨 말로 유혹해도 안 갑니다. 포기하세요!

어머니: 한 개에 1만 원. 5개만 빼자.

나 : 지금 바로 씻을게요. (나갈 준비 중)


어머니께서 한 개에 1만 원이라는 말을 던지셨을 때에 나는 돈이 아니라 그 타이밍에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웃음을 얻기 위하여 고통을 감수하고 멘트를 친 것이다. 웃음은 가끔씩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아내와 요즘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같이 게임도 하는데 나는 아내가 가끔씩 헛스윙을 하면서 우스운 동작이 나오면 딱 1.5배 정도만 과장하여 오랑우탄처럼 라켓을 휘두르며 행동 모사를 바로 시전 한다. 그러면 아내는 나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고는 배를 잡고 웃는다. 물론 나는 민망하지 않게 적절한 타이밍에 사냥을 마치고 얼른 빠진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갑자기 배를 잡고있는 아내만 발견하게 된다.


웃기고 싶은가?


자신은 웃기는 데에 재능이 없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개그 프로나 예능 레전드 짤, 그 어떤 것이라도 찾아서 먼저 웃도록 하라.


웃을 줄 아는 사람이 웃길 줄도 안다.


우리 모두 웃음 사냥꾼이 되자!


웃음은 삭막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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