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 가득히 귀를 쫑긋 세우고 도대체 무슨 일인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이내 웃음소리로 바뀐다. 이사 온 초반에는 어르신들이 나누는 격투기를 연상케 하는 일상의 대화를 다툼으로 착각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 이후로도 두 분의 격한 티키타카는 내심 걱정을 안겨 주었지만, 늘 대화의 끄트머리엔 노부부의 다정함이었다.
황사가 지나간 저녁나절 집 주변 산책을 하러 나갔다. 이웃 어르신 두 분도 이른 저녁을 드시고 마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텃밭에 있는 곤드레를 뜯어 곤드레나물밥을 해서 저녁으로 드셨다는 이야기로 발길을 잡으셨다. 나는 작년에 모종을 떠 주신 곤드레가 다섯 뿌리정도 살아남았는데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여쭤보았다. 꽃이며 채소며 뭐든지 잘 키우시는 금손인 안주인어르신께서 지난해 곤드레를 심어보라고 모종을 많이 떠서 주셨는데 그중에 다섯 뿌리만 겨우 살아남아서 다행히 맛은 볼 수 있었다. 그때, 옆에 계시던 바깥어르신께서 곤드레는 어떻게 생긴 거냐며 나도 알려달라고 말씀하셨다. 안주인어르신은 말나 온 김에 곤드레를 더 뜯어야겠다고 하시며 집 뒤뜰로 가셨다. 그리고는 으레 일어나는 상황이 또 벌어지고 말았다.
금손어르신의 선공이 시작되셨다.
“ 이 양반은 여태껏 곤드레 하고 취나물도 구분 못해”
바깥어르신 “ 그걸 꼭 알아야 해. 지금부터 알면 되지 ”
금손어르신은 또 약올리시 듯이 두 번째 공격을 하셨다.
“그렇게 낚시를 하면서 한치하고 오징어도 구분 못해요”
바깥 어르신 “ 내가 언제 구분 못했어. 나도 다 알아 ”
아.. 여기서 멈추지 않으시고 굳히기를 하셨다.
“아니 도토리나무와 밤나무를 구분을 못해서 산에 가면 땅만 보고 주으러 다녀”
나는 어느새 바깥어르신의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방어를 준비하셔야 할 어르신께서는 웬일이신지 옆에서 허허허 웃고만 계셨다.
그렇게 공격만 하시던 안주인분도 너무 했다 싶었는지 큰 웃음으로 마무리하셨다.
그 상황을 민망해하며 어정쩡한 미소로 지켜보다가 “저는 더 구분 못하는데요…”라는 소심한 말로 조금 더 약자처럼 보이셨던 바깥어르신께 힘을 실어드렸다. 나물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나도 못지않았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잘 키우시는 마음 넓은 금손어르신은 곤드레나물을 한 아름 안겨주셨다. 저녁으로 곤드레나물밥을 해서 먹으라는 미션과 함께.
몸이 불편한 나 대신 남편의 손이 바빠질 즈음 초인종이 울렸다. 금손어르신 손에는 표고와 은행이 들려 있었다. “곤드레에 같이 넣어 먹어, 곤드레는 살짝 데쳐서 들기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넣고, 표고는 먹기 좋게 종종 썰어 넣으면 돼. 다 넣어야지 맛있어. 은행도 있으니 같이 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