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by 도연
차차 좋아질거야 p6. 도연

그럭저럭 해.

그럭저럭 해요.


요즘은 괜찮다 좋아졌다.

나아지고 있다는 말을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허약체질이었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뭐 종합병원세트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나를 아는 분들은 습관처럼 몸안부를 묻는 걸로 시작하곤 한다.

굳이 아픈 모습을 내보이고 싶지 않은데도 온몸으로 뿜어내는 시들한 기운이 그런 걱정부터 품게 하는 듯싶다.


다행히도 요즘은 좋아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실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근심 가득한 인사말보다는 훨씬 듣기 좋다.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고 몸도 얼씨구나 흥겨워 내뿜는 에너지일 거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타인에게 듣는 말과 내 입으로 직접 하는 말은 다른 건지.

한동안은 지인들의 건강 걱정하는 안부인사에 "많이 좋아졌어요" "괜찮아요"라고 신이 나서 얘기를 하곤 했다. 늘 통증에 시달리던 사람이 잠시 괜찮아지면 온 사방에 나의 안녕을 알리고 싶은 묘한 충동이 봇물 터지 듯 마구 밀려오곤 했기에 더 신이 난 반응을 했었다.


하지만 그 말방정의 여파는 꽤 커서 여지없이 아파 앓아누웠다. 정말 좋아졌던 곳도 다시 탈이 났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런 어처구니없이 반복되는 굴레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절실하게 생각해내야만 했다. 물론 말방정이 원인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몸이 좀 좋아졌다고 방심한 거침없는 몸놀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럭저럭 해.

그럭저럭 해요.


말이 주는 힘을 믿지만, 내 몸은 무한정 겸손을 말하라고 한다.

가끔은 성의 없어 보이는 그럭저럭은 힘겹게 찾은 긍정의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은 나의 겸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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