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았을 때는 개봉한 그 해 겨울쯤이었다. 극 중 혜원(김태리)이 시험과 연애, 취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낙담을 한 상태로 비어 있는 시골집으로 갔었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그곳에서 눈에 덮인 언 배추를 잘라 된장국을 끓였다. 볼품없이 버려진 배추의 겨울맛은 어떨까 궁금했다.
주택으로 이사한 후 마당 한켠에 배추를 심었다. 리틀 포레스트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김장을 위해 심은 배추중 몇 포기를 남겨 두었다. 추위에 얼고, 찬바람에 푸석해지고, 눈데 묻혀 힘을 잃은 배추로 된장국을 끓여 먹고 싶어서였다.
흐물흐물 연해진 조직에서 우러나오는 부드럽고 진한 깊은 맛!
마지막 배추의 밑동을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