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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ro del MUSEO DEL PRADO Feb 24. 2022

엘 그레코의 십자가

당시 유럽인들의 가슴을 흔들었던 그림

  그레코[La Crucifixión. EL GRECO 또는 Δομήνικος Θεοτοκόπουλος. 십자가. 1597~1600. P1 S00]

 

    엘 그레코가 톨레도에 머물며 많은 작품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 그림은 그의 말년에 그려진 마리아 데 아라곤 제단에 7 작품 시리즈 중 하나이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6개로 모두 프라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하나는 유실이 되어 사라졌다.


    이 작품은 제단 시리즈의 중앙에 있는 작품이다. 내용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피를 쏟고 있을 때 천사들이 날아와 예수의 피를 받거나 닦고 있는 장면 그리고 왼편에 성모 마리아와 오른편에 사도 요한을 그렸다. 그리고 십자가 아래 천사 외에 한 여인이 있는데, 막달라 마리아이다.


    구성의 흐름은 베네치아에서 티치아노와 틴토레토의 영향이 보이지만, 자신 자체의 특성을 드러낸 갈보리 산의 어두움은 독창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은 여전히 이탈리아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따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엘 그레코가 이 그림을 그렸을 때 유럽은 놀라움에 휩싸였다. 아니 엘 그레코가 톨레도에 정착한 이래 유럽은 엘 그레코의 성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당시 르네상스의 화려한 이탈리아 그림들은 점차로 플랑드르의 사실주의 기법이 등장하면서 신들의 세계도 고통의 예수로 표현되며 위로보다는 인내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엘 그레코는 여전히 매너리즘의 영향력을 극대화해서 신들의 세계는 여전히 이 땅의 이미지와 다름을 강조했고 신들의 거룩 성과 인자함을 강조했다. 그로 인해 유럽인들의 극찬을 받게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 스페인 왕조와 종교 단체에서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가까이하지 않는 기현상을 보게 된다. 그래서 아쉽게도 엘 그레코 당시 펠리페 2세가 아버지 카를로스 5세의 뜻을 이어받아 가톨릭의 화려한 부흥을 꿈꾸는 목표 아래 이탈리아 화가들로 엘에스코리알 왕궁을 꾸미고 싶어 했는데, 엘 그레코의 작품이 그곳에 거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매너리즘적(타성적) 표현 때문이다.


    이 그림의 정점은 발아래에서 예수의 피를 닦고 있는 천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올려다보고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예수 역시 천사를 내려다보고 있는 상태다. 수많은 학자와 연구자들이 지금도 이야기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수의 눈을 그린 사람은 엘 그레코라고 한다. 이처럼 엘 그레코가 그린 예수의 눈은 그윽함과 인류를 향한 연민의 눈빛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자신들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신의 모습을 엘 그레코를 통해 만나게 되었고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몰락해 가는 가톨릭의 재건으로 시작된 반종교개혁의 기치를 들고 나선 엘 그레코의 그림은 도상학을 넘어 신앙적 의미로 해석해야 받아들여지는 놀라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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