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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ro del MUSEO DEL PRADO Mar 01. 2022

카라바조의 다윗과 골리앗

다윗의 심적 갈등과 연민에 자신을 투영한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카라바지오[David vencedor de Goliat. CARAVAGGIO. MICHELANGELO MERISI.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 1612~1614. P1 S00]

 

    카라바지오의 그림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테네브리즘(Tenebrism)이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푸마토(sfumato)와 카라바지오의 테네브리즘으로 인해 렘브란트가 가장 화려하게 사용했던 명암법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빛과 어둠의 관계를 표현한 기법)가 등장하게 된다. 특히 자연관찰의 결과물로 얻어진 스푸마토와는 달리 테네브리즘은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계산된 산물이다. 한 마디로 연극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어느 각도에서 주인공을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이미지가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엘 그레코의 우화를 더욱 발전시킨 사람이 바로 카라바지오이다.


    카라바지오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이 그림에서 보듯이 소묘적 기법과 날카로운 관찰이라는 것이다. 매너리즘이 만연하던 시기에 사실주의적 세밀모사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었던 카라바지오는 당시 반종교개혁 주체들의 마음에 들었다. 이로써 “뭉개진 진주”, “과함으로 녹아내려 버린 진주”의 의미를 지닌 바로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바로크의 서막을 열어준 것이 바로 카라바지오의 빛과 어둠의 대비 속에 인물의 세밀한 묘사로 인해 형태의 균형과 조화를 찾고자 했던 이들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카라바지오의 다윗과 골리앗 시리즈를 보면, 마치 자화상을 그린 듯하다. 거친 삶을 살았던 카라바지오는 자신의 삶을 회개라도 하듯 늘 반성의 모습과 회한의 모습이 같이 등장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테네브리즘의 특징은 그 그림을 짧은 시간 감상하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이 다윗과 골리앗 역시 가만히 서서 20분 이상을 들여다봐야 비로소 저 어둠 속에 숨겨진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을 한다. 다윗의 얼굴의 표정 그리고 그 손의 떨림과 사용됐던 돌들과 골리앗의 한스러운 눈빛 등 다양함이 보이게 된다. 밝은 빛에 현혹되어버리면 그 감추어진 내면이 보이지 않게 되는데, 그 내면의 그림을 깊이 봐야 비로소 카라바지오가 말하고자 하는 면이 보인다.


    한 나라의 왕이 되어야 하는 아이의 얼굴을 왜 무표정으로 그렸을까? 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주고, 골리앗의 눈빛 속에 감추어진 카라바지오의 자신의 인생 삶에 대한 회한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골리앗의 몸을 누르고 있는 왼편 무릎으로 보여주는 것은 언뜻 보면 후에 고야가 그려낸 사투르노의 무릎처럼 느껴진다. 이김 속에 다가올 다양한 어둠의 그림자들처럼 승리의 모습을 강하게 부각하게 시키지 않고 긴장의 관계로 보이게 한 것은 화가들의 의미전달의 목적인 듯하다.


그림없는 미술관(YouTube) 운영자

https://m.youtube.com/c/ArtTalkJa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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