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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ro Mar 07. 2022

호세 리베라의 빌립의 순교

한 편의 영화처럼 모든 걸 말하는 작품

 호세  리베라[Martirio de san Felipe. RIBERA, JOSÉ DE. 빌립의 순교. 1639. P1 S00]

 

    이 그림의 주인공은 초기에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의 하나인 바돌로매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거듭한 결과 피부의 살과 바돌로매의 그림에서 항상 등장하는 칼의 모양이 없기에 제자 빌립으로 확정을 하게 된 것이다.


    빌립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것이 아니라, 밧줄에 묶여 죽었다. 특히 리베라는 이 그림 속에서 대각선과 수직선과 수평선의 기하학적 틀을 세워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빌립의 몸이 오른편에서 왼편 발로 흐르는 대각선의 방향과 두 팔이 묶여 있는 나무와 왼편에서 빌립을 묶는 양쪽의 두 남자 그리고 양쪽에서 서로 구경하는 구경꾼들의 모습은 수평적 구조이다. 그리고 십자가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구조 속에 빌립의 고통의 모습과 주변 인물들의 표정의 대조적인 모습이 드러나 보인다.


    오른편의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은 올라가지 않는 빌립을 들어 올리기 위해 발을 안아 올리고 있고, 왼편의 두 남자는 묶인 손을 확인하며 줄을 끌어 올리는 표정으로 그렸다.


    가끔 가이드를 하면서 지쳐 있을 시간이기에 몇 가지 그림을 통해 정리도 하고 웃고 넘어간다. 그 첫째 확인은 카라바지오의 영향력, 하늘의 대기 원근법을 언급하면서 빌립의 팔뚝과 앙상한 모습 등을 이야기하다가 만일 빌립을 르네상스 시대에 리베라가 그렸다면 어떻게 그렸을까? 라고 질문을 한다. 그러면 모두가 웃고 만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같은 생각이 머리에 그려질 것이다.


    이처럼 바로크의 힘은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고자 애를 쓰기 시작했기에 보는 이들이 이해의 폭이 르네상스보다는 더 실감 나게 다가올 수 있었다.


    이 무거운 그림을 재치 있게 전환한 부분이 있는데,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보았던 십자가 앞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인과는 다르게 그린 왼편에 있는 아기를 안은 여인의 모습이다. 그 여자는 지금 빌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오른편의 갑옷을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되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그 뒤에 검은 수염의 노인은 이 병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무언의 언어를 보내는 듯 그려놓았다.


    사람의 마음속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려 했고, 더욱 사실적인 묘사로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슴 속에 그 현장에 함께 하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내고자 붓 터치를 흩날렸던 화가가 바로 호세 데 리베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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