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도 부드러운 그림을 그렸다
호세 데 리베라[El sueño de Jacob. RIBERA, JOSÉ DE. 야곱의 꿈. 1639. P1 S00]
보통 야곱의 꿈은 돌베개를 밴 모습 위에 사다리를 그리고 그 속에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장면의 그림을 연출한다. 하지만, 리베라는 독특하게 이 그림을 완성했다. 그래서 한동안이 그림이 무리요의 그림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리베라의 강렬한 붓놀림은 볼 수 없고 하나의 상상 속 이야기처럼 부드럽게 선 처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오해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은 무리요의 그림을 보면 지금 야곱의 머리 위에 내려오는 황금빛의 효과가 자주 등장을 한다. 그런데 무리요의 그림에서는 이런 부분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그림 속에서는 무리요의 특징으로 사용되던 황금빛이 그려졌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름의 빛처럼 보이는데, 사다리는 없고 그 속에 흰색의 모습으로 천사들이 등장한다. 언뜻 보면 그냥 잠자는 한 남자에게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그에게 무슨 주어진 사명이 있는가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 그림이다.
그런데 리베라의 그림에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모습이 있다. 바로 평안한 야곱의 얼굴이다. 지금 형에게 쫓기고 있고 황량한 사막이다. 밤 짐승들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만일 이 두려움을 표했다면 주변에 작은 모닥불을 그려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리베라는 전폭적인 신뢰에 대한 이미지를 강하게 부여하고자 했고, 그 이미지는 야곱의 지극히 평온한 모습 속에서 완성됐고 그에 관한 결정으로 하늘의 강렬한 빛으로 이 그림은 차분하면서도 강한 이미지 전달의 과정을 거친 완성작이다.
정리하자면, 이 그림은 해부학적 사실주의와 성경 속에 등장하는 야곱의 겸손을 그리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옷의 주름 속에서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적용하는 등 예술의 모든 형태가 종합정리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