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뛰어넘는 화려한 색채
프라이 후안 바우티스타 마이노[La Adoración de los Reyes Magos. MAÍNO, FRAY JUAN BAUTISTA. 동방박사들의 경배. 1612~1614. P1 S00]
마이노는 엘 그레코와 같은 시기의 사람으로 다양한 사람들(카라바지오, 귀도 레니, 카라치 등)의 그림을 접한 화가이다. 그러던 가운데 자연스럽게 고전주의와 자연주의의 그림 형태로 그려가기 시작을 한다.
마이노는 엘 그레코처럼 1611년 3월 톨레도에 정착한다. 이때 제단화를 그리게 되었는데 그 그림들이 바로 여기 프라도 미술관의 작품들이다. 특히 다른 그림과 달리 독특한 색채로 마치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에 있는 성전에서 12살의 예수가 유대인들과 대화하는 장면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밀려온다. 그 이유는 마치 하나의 이야기와 가르침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이노는 펠리페 3세와 펠리페 4세 때 활동을 하며 벨라스케스와도 친구로 지냈다. 특히 마이노의 주선으로 진행된 그림대회에서 벨라스케스의 그림이 채택되면서 벨라스케스의 지위가 많이 상승하지만 아쉽게도 1734년 마드리드 알카사르의 대화재로 그 그림은 사라져 버렸다.
마이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림자, 투명한 조명, 그리고 강렬한 색채 주의 기법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도 이탈리아 여행 중 만났을 것이라 추정되는 카라바지오의 테네브리즘 적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발타자르와 대화를 주고받는 요셉의 모습, 그리고 혹여 발타자르가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선물이 떨어져 깨질까 봐서 요셉과 이야기하는 발타자르의 왼손을 바라보는 시종의 역할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마치 플랑드르 로히에르 판데르 웨이덴의 그림이나 로베르트 캉팽의 섬세한 세밀화적 기법들이 돋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화려한 색채감은 그림이 마치 미니어처 조각들로 채워져 있는 듯 느낌을 준다.
무릎을 꿇고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멜초르는 바닥에 선물이 들어 있는 황금 보배 합을 둔 채 아기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 손에 선물을 받쳐 들고 있는 가스파르가 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아기 예수가 멜초르를 향해서는 검지로 가르치며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가스파르는 바라보지 않고 손가락 두 개를 겹친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모 마리아는 이 모습을 돌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 장소가 정말 마구간 맞는가? 싶다. 지붕이 뚫린 채 존재하는 이 공간을 환하게 비추는 것은 이들을 이끌었던 별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발타자르 뒤에 모자를 쓰고 있는 한 남자의 표정이다. “저기 저 아기가 맞나요?”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이 그림은 우리의 시선을 화려함 속에서 아기 예수에게 집중을 시켜준다. 그림이 아니라 실제 옷을 입힌 듯 인형을 배치한 듯한 느낌의 가장 화려한 예술을 선보인 마이노의 그림 동방박사들의 경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