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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스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기존의 십자가상과는 다른 의미를 보여준 작품

by jairo

디에고 로드리게즈 데 실바 이 벨라스케스[Cristo crucificado. VELÁZQUEZ, DIEGO RODRÍGUEZ DE SILVA Y.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1632. P1 S00]

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는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며, 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많이 따라 그리는 대표적인 그림이다. 화려한 빛의 윤곽선을 따라 흐르는 흐름을 그리며 나중에 우리도 비교하겠지만, 이 그림을 따라 그린 프란시스코 고야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와 비교하며 그 차이점을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최고의 화가와 그 제자로 이름이 나 있지만, 여전히 최고인 두 사람의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며 그림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또 빛의 흐름을 체험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수업을 진행함을 많이 보았다.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을 간절하게 만들 정도로 멍하니 서 있게 만든다.


저 그림의 특징은 “다 이루었다.”는 장면 후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려왔던 다른 그림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든다. 그 어디에도 물감이 덩어리지는 듯한 느낌의 굵은 붓 터치가 잘 보이지를 않는다. 가까이서 들여다보아도 섬세하고 정교한 감정을 드러내려 세밀한 붓 터치를 한 느낌이 밀려온다. 왜 이리 벨리스케스는 신중했던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그림이다. 십자가의 잔인함도 인간의 부정적인 모습도 그 어디에도 없이 오직 인류를 위해 자신을 내어 준 예수에 대한 고결하고 숭고한 감사를 담은 마음의 선물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다른 그림들은 십자가의 예수가 두 개의 발이 겹친 채 못이 박혀 그림을 그려왔다. 그런데 벨라스케스는 저렇게 발을 따로따로 못을 박도록 그려놓았다. 교황청과 스페인 왕실이 발칵 뒤집혔다는 야사가 있다. 그때 벨라스케스가 “우리를 위해 죄를 지신 것도 죄송한데, 힘들지 않도록 저렇게 한 발이 아닌 두 발로 버티시면 안 될까요?”라고 했다는데, 이건 물론 믿거나 말 거나이다. 하지만 정말 사실일 듯 느껴진다. 힘에 지쳐 한 우리가 보는 왼발로 중심을 잡고 오른발은 잠시 쉬는 듯한 저 느낌은 지나가는 말이었겠지만, 정말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다. 그만큼 저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고통이라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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