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존중의 마음이 담겨진 화폭의 따스함
디에고 로드리게즈 데 실바 이 벨라스케스[Bufón con libros. VELÁZQUEZ, DIEGO RODRÍGUEZ DE SILVA Y. 책과 광대 혹은 엘 프리모. 1640. P1 S00]
벨라스케스가 그린 12점의 난쟁이(학명, 단지증 환우) 그림들은 그에 맞는 특색들을 가지고 있다. 보통 인식은 왕좌와 공주의 노리개 또는 대신 체벌을 받는 용도로 이해가 되는 최하위의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이런 그림을 소유하기에는 벅찼을 것이다. 특히 당대 최고의 벨라스케스에게 그림을 부탁하는 것은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벨라스케스는 이들의 그림을 화폭에 담았다. 왜냐하면, 바로 자신의 신분과 같았던 동병상련의 따스한 마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24살에 궁중에 입성은 했으나, 유대계열로 인한 신분은 결코 꿈을 꿀 수가 없었다. 이로 인한 좌절의 맛을 맛본 후 곁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기 시작한 그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그린 이 그림, 엘 프리모이다. 책을 정리하고 있는 이 모습 속에서 놀림감의 모습은 결코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지닌 저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 그림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저 책이다. 벨라스케스의 주된 특징은 붓 터치를 통해 빛의 흐름을 손에서 조정했다는 것이다.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멀리서 자세히 보며 그림을 음미해 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잠시 후 책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렇다. 바로 글자가 쓰여 있는 착각을 일으키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빛이 어느 방향으로 비추어지느냐에 따라 저 그림에 그렸던 붓놀림으로 인해 우리의 눈에 글자처럼 보이게 하는 현상은 이미 시녀들에서 경험한 그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