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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림 위에 따스한 그림을 그려낸 무리요

그림 속에 따스함과 포근함 그리고 배려와 존중의 느낌이 깊이 묻어난 화가

by jairo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Aparición de la Virgen a san Bernardo. MURILLO, BARTOLOMÉ ESTEBAN. 성 베르나르도와 성모의 모습. 1655. P1 S00]

이 그림은 성 베르나르도 주교의 신심에 대한 성모의 은혜의 베푸심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원작으로 보지 않고는 그 감동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작의 감동이라는 것은 그 그림 속에 숨겨놓은 화가의 각도에 따라 보이는 그림의 비밀이다.


이 그림은 사진으로 보면 보이지를 않는다. 다만 그림이 이상하게 해석될 뿐이다. 성모께서는 왜 모유를 하기 위함도 아닌데, 가슴을 내어놓으셨을까? 아기 예수도 모유를 먹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성모께서 하시는 행동에 대해 같이 동의하는 모습으로 베르나르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림을 정면에서 보지 말고 최대한 가까이 가서 오른편에서 15도 각도에서 보자. 그러면 안 보이던 것이 나타난다. 당시 종교회의를 통해 불경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이런 신비로운 은혜를 더욱 부각하려 했던 무리요의 마음이 보인다. 같은 프라도 미술관 인근 방에 있는 알론소 카노의 이와 닮은 그림이 있다. 그 그림에는 명확하게 드러나서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된다.


쉽게 힌트를 드리면, 루벤스가 그린 은하수의 시작을 알리는 그림이 있다. 바로 모유 수유의 장면이다. 모유 수유란 자신의 아기에게 주는 것인데, 지금 성모는 자신의 가슴에서 모유를 뿜어내고 계신다. 그것도 바로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베르나르도 주교의 입을 향해 말이다. 보이는가? 책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므로 스페인에 와서 꼭 보기를 바란다. 스페인뿐 아니라, 미술작품은 책으로 배경을 익혔으면 반드시 현장에 가서 그 지식이 내 눈으로 체득되고 이해돼 소름 돋는 느낌이 들어야 내 것이 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성모의 따스한 배려로 믿음의 길을 걷는 이를 응원하는 따스함은 오히려 왜곡을 시키기보다는 더 아름답고 숭고한 신앙의 의미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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