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럽이 이 그림에 그리도 열광을 한 것인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La Inmaculada Concepción de los Venerables. MURILLO, BARTOLOMÉ ESTEBAN. 원죄 없는 잉태 혹은 무염시태. 1660~1665. P1 S00]
유럽이 가장 탐냈던 작품이 바로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무염시태(원죄 없는 잉태)”이다. 동정녀 마리아 교리와 함께 1490년대 활발하게 교리화 작업을 이루게 되었다. 이때 이 원죄 없는 잉태는 기본 규범을 작성하게 되는데, 세비야의 벨라스케스의 스승이자 장인인 파체코가 세웠다.
파체코는 자신의 저서 [회화의 기술(ARTE DE LA PINTURA)]에서, 10대 초반(12세의 소녀)의 여성 모습이어야 하고, 손은 가슴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그리고 발밑에는 뱀이 있어야 하고, 그 뱀 옆에는 초승달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머리에는 12개의 별이 있어야 한다.
이런 규범을 지키며 수많은 화가가 이 무염시태를 그려왔다. 그런데 무리의 무염시태는 좀 더 다른 각도로 보인다. 기존 규범을 무너뜨렸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무리요의 행동은 반항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다. 무리요의 그림은 이전에 설명한 것처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선함과 따스함 그리고 순수함에 매려 되어 한참을 빠져들게 된다.
그 이유가 무리요의 시대는 유럽이 서로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시기이고, 미국의 많은 땅을 서로 차지하려 하였기에 스페인은 점차 몰락해 가던 시기이다. 그리고 흑사병 이후 수많은 질병이 지속해서 유럽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점차 자신들을 위로해 줄 그림을 찾게 되었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는 했지만, 그 마음을 끌어당기고 위로할 만큼 강하지 못했다. 수르바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당대에 세비야를 중심으로 한 예술 활동이 활발해졌지만, 그 누구도 사람들을 놀라게는 했지만 위로한 그림은 없었다. 이때 상처를 안고 살았던 무리요는 자신의 아픔을 승화시켜 모든 이들을 위로하고 따스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이 무염시태 역시 새로운 구도로 탄생을 하게 된 것이다.
머리의 12개의 별은 사라졌다. 12개의 별은 12지파를 상징하며 영화로운 빛을 통해 하늘의 은혜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극히 평범한 소녀의 얼굴을 그림으로 주변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얼굴로 그려짐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에 따스함을 전해준 성모를 그렸다. 그래서일까? 무리요를 일컬어 “스페인의 라파엘로”라고 하는데 성모 마리아의 그림을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그린 화가이기 때문이다.
가슴의 기도 손은 점차로 수태고지의 모습처럼 수긍의 모습처럼 X자 모양이 되기도 했다.
발을 보면, 뱀이 사라졌다. 원래 의미는 여자의 후손이 뱀의 후손을 이겼다는 의미로 그려진 것인데, 이 부분은 루벤스의 그림에서도 나타나지만, 우리가 티에폴로의 무염시태를 볼 것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설명하겠다.
그리고 뱀 밑에 초승달이 있는데, 그 초승달의 의미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아르테미스를 상징할 때 나왔던 순결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것을 빌린 것이 아니라 성경 요한계시록 12장을 읽다 보면, “하늘에 큰 이적이 보이니 해를 입은 한 여자가 있는데, 아래에는 달이 있고 머리에는 열두 별의 면류관을 썼더라.”라는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성모 주변에 있는 천사들은 라파엘로에 등장하는 천사들처럼 귀엽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다. 하지만 수르바란처럼 근엄한 장면보다는 따스하고 인간적이고 친밀한 느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이 천사들에 대한 구분은 크게 4가지 정도만 기억하면 좋겠다. 머리만 있는 아기천사는 신들의 세계에만 등장한다. 인간과 신이 함께 있는 공간에는 온몸이 다 있는 아기 천사가 등장을 한다. 그래서 성모가 등장하는 그림을 보면 천상의 부분은 항상 머리만 있는 아기 천사가 그려지고 있고 인간의 세상을 오가는 모습의 그림이 그려질 때는 몸이 다 있는 아기 천사가 등장을 한다. 그리고 엘 그레코의 삼위일체에서 등장하는 미소년들처럼 신들을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천사들의 모습이 있고, 톨레도 대성당의 가장 아름다운 2가지 중의 하나인 “트란스파렌테”의 핵심 태양을 둘러싸고 있는 4대 천사장들을 보게 된다. 이 천사장들은 세계 3대 오라토리오 중 하나인 하이든의 천지창조에 등장한다. “가브리엘 미가엘 라파엘 우리엘”이다. 이 4대 천사장은 인간이 부리는 천사장들로서 인간의 세계에 등장한다. 이처럼 기본적인 규칙을 보면, 세례 요한과 예수를 구분 짓는 것처럼 또 루치아 성녀와 아가타 성녀 그리고 세바스티안 성인도 역시 정확한 구분 때문에 보는 이들이 바로 이해하도록 해 놓았다.
이 무염시태는 나폴레옹이 침략하자마자 제일 먼저 유럽에 팔았다고 한다. 사실 스페인은 벨라스케스와 무리요의 그림을 통상수교 거부정책으로 막아 놓았는데, 프라도 미술관을 마구간으로 쓰며 많은 작품을 자신의 나폴레옹 국립박물관으로 옮겼던 나폴레옹의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인데, “고야의 유령” 영화를 보면 고야의 마음이 보이는 것도 있지만, 중간중간 명화들이 보이면서 나폴레옹이 가져가게 되는 장면이 나타난다.
아무튼, 24점의 작품 중 스페인은 4개를 소유하고 있었고, 루브르 박물관이 유일하게 돈을 들여 사들인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무리요의 무염시태였다. 당대 최고가로 구매한 후 스페인과 맞교환했다고 하는 데 어느 작품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덕분에 무리요의 무염시태 한 편이 더 스페인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특히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무염시태 외에 무리요의 원위치에 있던 무염시태를 제대로 감상하기를 원한다면 세비야 대성당을 꼭 가보기를 권한다. 대성당 내부 부속실 참사관회의실에서 작은 골목으로 돌아 돌아가면 작은 예배당이 나오는데 그곳 천장에 무리요의 무염시태가 원 의미대로 걸려 있다. 당시에 죽어가던 사람이 그 방에서 그 그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민해보면 참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