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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프랑스가 아닌 스페인에서 끝난다

루벤스가 그려낸 앙리 4세의 부인 마리 드 메디치의 초싱화

by jairo

페드로 파블로 루벤스[María de Medicis, reina de Francia. RUBENS, PEDRO PABLO. 프랑스 여왕, 마리 드 메디치. 1622. P1 S00]

마리 드 메디치는 프랑스 앙리 4세의 부인으로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꽃피게 했던 “메디치 가문의 딸”이다. 메디치 가문은 펠리페 4세의 부인 부르봉의 이세벨로 이어지며, 그 마지막은 그 아들 발타자르 왕자에게서 끝을 맺는다. 이탈리아를 화려하게 꽃피웠던 메디치 가문이 스페인 왕실에서 사라져야 하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만일 메디치 가문이 지속하였다면 오늘날 예술의 역사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마사치오가 27살에 요절을 하지 않았더라면, 카라바지오가 교황청의 사면을 미리 알고 37살에 객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많은 사람의 생각은 어디까지 발전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루벤스가 그린 마리드 메디치 여왕의 모습은 프랑스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화려하고 아름다움으로 장식되고 신화화시켰던 모습인데, 이 그림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앙리 4세는 국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래서 결국 정략적인 결혼을 하게 된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딸(신성로마 황제 페르난도 1세의 막내딸 요하나와 토스카나 대공 메디치가의 프란체스코 1세 사이에서 태어났다) 27살인 마리 드 메디치와 결혼(15만 파운드의 결혼 지참금을 프랑스에 전달한다. 하지만 외로움 때문에 사치가 심해지고 지참금은 바닥을 보일 정도가 된다)을 하며 프랑스 왕정의 회복을 꿈꾸게 되지만, 결국 앙리 4세는 광신적인 가톨릭교도들에 의해 1610년 암살을 당하고 만다.


이때 마리 드 메디치는 앙리 4세와의 사이에 어린 아들 루이 13세와 5명의 왕자를 낳았다. 하지만 앙리 4세가 죽고 루이 13세는 어린 나이였기에 마리 드 메디치가 섭정을 하게 된다. 이때 자신의 위대함을 강조하고자 루벤스에게 24연작의 그림을 부탁하였으나 아쉽게도 21연작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그 화려한 신성화 작업을 했던 마리 드 메디치의 그림이 있다.


화려한 대관식의 그림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어릴 적 아테네와 아폴로 그리고 삼미신과 헤르메스 등에게 교육을 받는 장면, 자신이 마르세이유항에 입항할 때 아테네가 무릎을 꿇고(이때 아테네의 파란색 망토는 프랑스를 상징했다), 삼미신이 춤을 추고, 소문의 여신이 나팔을 불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배를 이끌고 오는 그림, 신들이 앙리 4세에게 결혼할 상대자를 보여주는 그림 등 화려함의 끝이 없었다.


하지만 그 결말은 결국 욕심을 치닫게 되고, 아들과 다툼이 일어나게 되고 1642년 쾰른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재미난 것은, 우리가 달타냥과 삼총사에서 만났던 리슐리에 추기경이 바로 이때 등장을 한다. 마리 드 메디치가 먼저 리슐리에를 얻으려 했으나, 루이 13세가 먼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임으로 마리 드 메디치는 급격하게 세력이 몰락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프랑스에서 접하는 마리 드 메디치와 사뭇 다른 느낌의 마리 드 메디치가 이곳 프라도 미술관의 작품이다. 그 이유는 당시 스페인은 국고 탕진에 대한 것을 책임지고 겸손함과 절제의 모습을 보이는 그림들로 장식이 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펠리페 4세는 목에 칼 바침을 통해 화려함을 없앴다(가이드하면서 에피소드는 “이것은 침을 흘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받침입니다.”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옆에 있는데, 들렸을 때 정말 웃고 말았다). 왜냐하면, 백성들에게 보이기 위한 이런 모습은 카를로스 4세의 기마상과 마리아 루이사 드 팔마의 기마상 속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페인에 머물던 루벤스는 벨라스케스와 함께 그림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외교관으로 해야 할 역할을 감당하며 티치아노의 화려한 색채감을 맛보며 이러한 스페인의 상황을 인지하고 수수함으로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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