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푸르망과의 사랑이야기
페드로 파블로 루벤스[El jardín del Amor. RUBENS, PEDRO PABLO. 사랑의 정원. 1630~1635. P1 S00]
사랑의 정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루벤스의 삶의 환경이 엿보인다. 저 멀리 중앙 뒷면의 기둥은 앤트워프에 있는 루벤스의 실제 집의 모습이고, 오른편의 분수대 속 여신은 비너스로 사랑의 여신으로 장차 자신이 첫 부인 이세벨과 사별 후 얻은 사랑인 헬레나와의 뜨거운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헬레나 푸르망과의 결혼은 루벤스의 인생을 완전히 다르게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뭔가 규칙이 있던 첫 부인 이세벨과의 사이에서의 작품과 달리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그려진 그림들은 더욱 생동감 있고 인체의 다양한 율동미 등 역동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을 보게 된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루벤스의 특징은 바로크 회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던 과장된 움직임과 선명하면서도 쉽게 해석할 수 있는 섬세한 그림들이다.
왼편에 보면 한 여인이 뒷모습을 보이며 천사에게 등을 떠밀리고 있다. 이 여성이 루벤스의 두 번째 부인 헬레나 푸르망이고 이 둘 사이에서는 페드로 바울이 태어난다. 이를 명확하게 하려고 아까 말한 대로 분수대의 여신을 동원했고, 자신들의 결혼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특히 큐피드, 비둘기 한 쌍, 꽃으로 만든 왕관, 헤라의 공작새를 등장시켜 결혼과 사랑의 정점을 드러냈다. 물론 개는 여전히 충성의 의미를 상징한다. 아마도 루벤스 자신의 사랑 고백을 담은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정원은 “파라다이스”를 표현한 느낌이 든다. 자신의 정원이면서도 사랑이 가득한 정원은 이상적인 루벤스의 꿈이었다. 이곳에서 사랑과 결혼 모든 것을 얻었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루벤스의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는 그림이다.
특히 이 그림에 등장하는 얼굴을 보면 재미난 것이 다양한 사람을 초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보면 모두가 한 얼굴이다. 남자는 루벤스 자신의 얼굴이고, 여자는 모두 헬레나 푸르망이다. 다만 자세가 바뀌었을 뿐 한 사람으로 표현해서 자신들의 사랑의 모습을 드러낸 자화상적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