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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가 그려낸 여인의 아름다움 삼미신 이야기

미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을 법한 루벤스의 작품

by jairo

페드로 파블로 루벤스[Las tres Gracias. RUBENS, PEDRO PABLO. 세 가지 은혜 혹은 삼미신. 1630~1635. P1 S00]

루벤스의 삼미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자꾸 라파엘로가 떠오르게 된다. 물론 영웅 호르헤에서도 비교를 했지만, 사실상 두 화가는 비교할 수 없는 화가이다. 그리고 라파엘로가 있었기에 루벤스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 누가 잘했다. 못 했다 평을 하기에는 어렵다. 다만 두 사람의 차이로 인해 루벤스의 작품 이해가 더 쉽다는 점에서 라파엘로를 언급하게 된 것이다.


라파엘로의 삼미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적인 미로 꾸미고자 했던 모습이다. 마치 귀도 레니가 그렸던 그림의 스타일처럼 매끄럽고 인체의 굴곡이 세밀하게 표현되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벤스의 삼미신은 몸의 작은 굴곡 하나하나까지도 표현함으로 인체의 움직임이 신적인 모습보다는 곁에서 바라보는 중년 여성의 모습처럼 그려졌다는 차이점이 발생한다.


삼미신은 아글라야 또는 아글라이아 그리고 탈리아와 유프로시네이다. 세 명의 아름다운 미의 여신들을 누드로 그림으로 고전적인 모델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려 애를 쓰면서 또 하나 세 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팔이 서로 이어져 있도록 그렸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등을 돌린 여신의 머리로부터 피라미드 구조 스타일로 그림이 그려졌고 거기에 양옆의 여신들의 상반신이 등장하며 균형감 위에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게 시켰다. 그럼으로써 인해 신들의 강함보다는 부드러운 여신의 이미지로 우아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밝은 살 색의 이미지로 더욱 빛을 발하는 여신들의 몸은 주변을 밝게 하고 황금색의 풍요로운 들녘을 상징하며 설명해 나가는 듯 보인다.


이처럼 루벤스의 그림은 등장인물의 모습이 곧 뒤에 보이는 배경의 전조적 설명과 함께 바라보며 이해되도록 그려진 그림이 참으로 많다.


이 아름다운 여신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면, 루벤스의 첫 부인이었던 이세벨과 두 번째 부인 헬레나 푸르망이라고 하는데, 재미난 것은 루벤스는 누드의 여인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아내 헬레나 푸르망의 누드화를 그렸고 그것을 근거로 이렇게 풍만한 여신의 이미지를 담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역설 같지만, 루벤스가 이처럼 여신의 이미지에 변화를 준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이 세상의 “희로애락 오륙 지정”의 모든 것을 맛본 시기가 바로 40대~50대 여성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외면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함께 빛을 발해야 그 아름다움이 진정한 미의 여신다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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