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가 그려낸 “파리스의 심판”은 루브르와는 다른 구도로 그려졌다
페드로 파블로 루벤스[El juicio de Paris. RUBENS, PEDRO PABLO. 파리스의 심판. 1638. P1 S00]
제우스는 어느 날 고민한다. 인간들의 숫자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넘어서게 되었고 이로 인해 질서가 붕괴할 것을 우려하며 질서의 여신과 머리를 맞댄다. 그 방법은 단순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통해 움직이려 한 것이다. 에리스는 신들의 축제에서 자꾸 제외되자 황금사과를 따서 사과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귀와 함께 신전에 던진다. 이후 여신들의 세계는 전쟁터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이 3명 때문에 그 누구도 나설 수가 없었다. 바로 제우스의 아내 헤라와 며느리 비너스 그리고 자신의 딸 아테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우스는 인간 파리스에게 이 판결을 부탁한다. 이에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모든 소식을 여신들에게 전하고 이 황금사과를 받을 자를 파리스가 정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루벤스의 이 그림은 많은 반복 작업이 남아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이 그림은 파리스와 여신들의 위치가 반대로 되어 있고, 헤르메스가 황금사과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파리스가 들고 있다.
파리스 앞에 나타난 여신들은 파리스에게 제안한다. 제일 왼편의 여신은 헤라이다. 그 이유는 헤라의 등장에는 항상 헤라의 머리 부분을 보면 한 새가 등장하는데 공작새이다. 제우스는 전형적인 바람둥이이다. 이 사실에 늘 민감했던 것이 바로 헤라이다. 어느 날 이오와 바람이 난 제우스는 이오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이오를 소로 변신시켜 자신의 곁에 둔다. 이를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헤라는 그 예쁜 소를 달라고 한다. 제우스는 거절하지 못하고 주는데, 헤라는 눈이 100개 달린 잠들지 않는 아르고스 괴물에게 소를 맡긴다. 하지만 헤르메스에게 속아 잠들게 되고 이후 목이 잘려 죽게 된다. 이에 화가 난 헤라는 아르고스의 눈 100개를 공작새의 깃털에 붙인다. 그래서 공작새가 꼬리 날개를 폈을 때 큰 눈이 등장하는데 그 눈이 바로 아르고스의 눈이다. 그럼으로써 헤라의 곁에는 항상 공작새가 등장하고, 신 중의 신의 상징인 독수리는 제우스에게 등장한다. 그래서 강대국은 바로 이 제우스의 힘을 지닌 자라는 의미로 자신들의 국가 국기에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비너스이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 불카누스에게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결혼을 당해버린 비너스는 복수라도 하듯 줄기차게 바람을 피운다. 이 이야기는 벨라스케스 불카누스의 대장간에서 이야기를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아무튼, 전쟁의 신 마르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큐피드가 항상 그 곁을 따라다닌다. 그럼으로써 관능미가 넘치는 여인으로 아이가 등장하는 모습으로 비너스를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여인은 처녀의 신 아테네이다. 그녀는 전쟁의 신이지만, 지혜의 신이다. 그래서 전쟁의 신답게 갑옷이 바닥에 있는데 방패는 메두사의 머리이다. 그리고 그 발 옆에 어두운 부분에 부엉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쾌락의 정원에서 등장했던 타락, 어둠을 상징하는 부엉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만화에 등장하는 부엉이 선생님의 모습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부엉이는 지혜를 상징하는 미네르바이다. 그리기에 부엉이가 등장하는 신화에는 아테네를 가르치게 된다.
이 세 명은 파리스에게 제안한다. 헤라는 “세계를 다스릴 힘을 주겠다.”, 비너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 아테네는 “전쟁에서 지지 않을 힘을 주겠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누구를 선택할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남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질 것인가? 딜레마일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파리스는 “여자”를 선택하게 된다. 결국, 비너스는 승리하게 되고 당시 스파르타의 여왕이 세계에서 가장 예뻤다. 그래서 스파르타 여왕을 아내로 준다. 그러자 스파르타의 왕은 화가 나서 군대를 일으키고 이에 오디세우스가 스파르타와 함께한다.
이 파리스가 누구길래? 이런 큰 문제가 일어난 것일까? 바로 “트로이의 목마” 주인공이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였고, 제우스의 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트로이의 유적이라고 하며 발굴된 곳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그림을 보면서 놀라운 것은 신들의 이야기와 현실의 삶을 어찌 이렇게 정교하게 현실 속의 모습처럼 그리스로마 신화를 써나갔느냐는 것이다. 이것을 그림으로 완벽하게 담아낸 사람(사람의 삶과 내면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완벽하게 담아낸)이 벨라스케스이기도 하다.
삼미신에서처럼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역시 루벤스의 두 번째 부인 헬레나임이 여실히 그러나 보인다. 첫째 부인 이세벨도 가끔 등장하지만, 항상 아름다운 여인의 대명사는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인 헬레나가 그 무대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