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는 무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프란시스코 고야 루시엔테스[Dos viejos comiendo. GOYA Y LUCIENTES, FRANCISCO DE. 식사하는 두 노인. 1820~1823. P0 S00]
이 그림은 들어오는 출입문 바로 위에 그렸던 그림이다. 이 그림이 바라보는 방향은 두 노인으로 수염이 난 사람에게 뒤에서 누군가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나중에 고야는 이 그림을 통해 자신은 앞에 수염이 난 자이고, 뒤에 서 있는 자는 악마였다. 나 자신이 악마의 속삭임에 빠져 이렇게 방탕한 삶을 살았는데 그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옆에 창문을 사이에 두고 산 이시드로 축제의 그림이 있다. 위층에는 모래톱에 빠진 개가 하늘을 허무하게 바라보는 그림과 두 명의 사람이 저 산 밑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 두 노인이 가르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놀라운 것은 식사하는 두 노인 중 오른편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해골만 겨우 남은 상황이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화를 나누는 노파의 모습은 섬찟함이 밀려온다.
마드리드 만사나레스 강 인근 지역에 궁중 화가를 마치고 나와서 머물렀던 이 집에 그린 이 14점의 벽화는 후에 철거를 앞두고 프라도 미술관이 패널에 옮긴 작품들이다. 많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본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나름 느끼도록 배치와 구성이 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모래톱 속에 빠져 있는 개처럼 원래 모래로 그려져야 하는데, 복원 과정에서 거대한 바위로 그려진 모습을 보게 되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 그림 속 강아지가 바라보는 것은 다름 아닌 모래 속에 비추어진 자신의 환영이다.
아마도 고야는 이 식사를 하는 노파를 출입구 위에 그려놓은 이유가 이곳에 대해 오가는 많은 이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구상한 듯하다. 인간 세상의 수많은 어두운 면을 결국 이 두 노파가 바라보며 인생무상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라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원래 이 “퀸타 데 소르도(Quinta del Sordo. 청각장애우의 집)”에 15개의 작품이었다고 하는데, 벽에다가 바로 그림을 그린 탓에 패널로 한 부분 한 부분 옮기는 과정에서의 유실은 너무나 가슴이 아플 뿐이다.